철도차량기지 이전 제동 ‘골머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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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으로 옮기기로 한 구로기지… 역 신설 요구에 11년째 제자리
창동기지는 남양주의 반발에 바이오 메카 육성계획 가물가물

 1974년 서울 구로구 구로1동에 들어선 지하철 1호선 구로차량기지는 2005년 ‘수도권 발전 종합대책’에 따라 경기 광명시 이전이 결정됐다. 그 대신 25만 m²에 이르는 구로차량기지 땅은 근처 디지털산업단지와 연계해 주거·상업시설 복합단지로 개발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올해까지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고 있다. 광명시가 차량기지를 수용하는 대신 요구한 ‘지하철역 5곳 신설’의 기획재정부 타당성 조사가 수년째 결론이 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정부 계획은 지하철역 3곳을 신설하는 것이었다. 구로구 관계자는 “차량기지가 곧 옮겨갈 줄 알고 기대감에 부풀었던 주민들의 실망과 불만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구로뿐만이 아니다. 수도권 곳곳에서 철도차량기지 이전을 놓고 잡음이 일고 있다. 9일 서울시에 따르면 구로차량기지를 비롯해 창동(4호선)·신정(2호선)·신내차량기지(6호선) 등의 이전 문제를 놓고 서울시와 이전 대상 지방자치단체, 주민 간 극심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지하철이나 기차의 주차장과 정비소 역할을 하는 철도차량기지는 보통 서울 중심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하고 있다. 대부분 10만 m²가 훌쩍 넘을 정도로 규모도 크다. 그러나 서울의 팽창으로 인해 주요 부도심이 개발되자 철도차량기지가 ‘혐오시설’로 인식되면서 속속 이전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이전에 따른 혜택과 사업성을 놓고 당사자 간 이견이 불거지면서 이전을 결정하고서도 추진하지 못하는 곳이 많다. 경기 남양주시로 이전할 예정인 노원구 상계동의 창동차량기지도 대표적인 사례다. 이곳은 서울시가 대표적인 도시 재생 지역으로 내세우는 창동·상계지구의 핵심 부지다.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달 이곳을 “세계적인 바이오·메디컬 중심지로 키우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이전에 따른 대가인 지하철 4호선 연장선(별내선) 공사는 시작됐다. 그러나 정작 차량기지 이전은 남양주시 주민들의 극렬한 반대 움직임 탓에 기약이 없다.

 신내차량기지의 경우 수년째 해당 자치구(중랑구)가 “남양주시로 이전하고 대신 대규모 첨단산업 부지를 조성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서울시 차원에서 이전을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또 신정차량기지와 방화차량기지(5호선) 등의 이전도 검토됐지만 이전 비용에 비해 수익성이 크게 부족해 사실상 추진이 불가능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서울시 관계자는 “철도차량기지 이전 문제를 두고 혐오시설에 대한 님비(NIMBY)와 이전 대가로 지하철역 신설을 요구하는 핌피(PIMFY) 현상이 무분별하게 불거지고 있다”며 “갈등의 원인이 제각각이라 해법을 제시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철도차량기지#이전#광명#구로기지#창동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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