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에서 뛰놀며 아이들 관찰 체험
정서-집중력-신체발달에 큰 효과
숲유치원 입학 ‘하늘의 별따기’
23일 인천대공원 수목원에서 숲유치원 원생들이 생일잔치, 자유놀이, 전래놀이, 매미관찰 등의 자연수업을 신나게 즐기고 있다. 창의성, 정서 발달 등에 큰 효과를 거두는 숲교육이 유치원은 물론이고 초중학교로 확대되고 있다. 김영국 채널A 스마트리포터 press82@donga.com
23일 오전 인천대공원 수목원 내 ‘유아 숲 체험원’. 초록빛 숲을 교실이자 놀이터, 식당으로 삼고 있는 숲유치원생들은 이날도 평소와 다름없이 인천대공원 주차장과 연결된 중문 물레방아 앞에서 만나 식물과 곤충을 관찰하며 숲으로 이동했다.
숲유치원에 다니는 20명의 원생 중 17명이 등원한 이날 ‘수업놀이’ 시작 전 정태언 군(5)의 생일잔치가 열렸다. 정 군이 가져온 케이크에 초를 꼽은 뒤 친구들이 축가를 불러주고 박수를 쳤다. 숲속 파티이기 때문에 케이크 위의 초엔 불을 붙이지 않았다. 한 친구가 나뭇잎과 가지로 엮은 월계관을 정 군의 머리에 씌워 줬다.
숲유치원엔 원생들이 이름을 붙인 ‘으스스숲’ ‘연못숲’ ‘나무놀이터숲’이 있다. 생일 축하를 끝내고 아이들은 투표로 정한 나무놀이터숲에서 자유놀이를 했다. 생일카드를 만들고, 색종이로 매미를 접는 미술조형놀이에 이어 ‘땅 금’ 위에 돌을 던지고 뛰어노는 전래놀이 ‘사방치기’를 했다. 또 각자 싸온 과일 빵 볶음밥으로 점심을 겸한 간식을 먹기도 했다. 한바탕 흙물이와 물놀이를 해 모두 옷이 젖고 지저분해졌지만 아이들의 얼굴에선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매미를 관찰한 뒤 선생님이 읽어주는 ‘매미 짱짱이’ 동화도 들었다. 마지막엔 원생 각자 하루 일과의 감상을 말하는 시간을 가졌다.
인천시청 앞 한국숲교육협회(남동구 미래로45)가 운영하는 숲유치원에서는 매주 월∼금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거의 매일 이런 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교사 3명은 원생들이 스스로 놀도록 도우며 안전사고가 나지 않도록 하는 게 주요 역할이다. 이 유치원엔 별도의 교실이 없기 때문에 비와 눈이 와도 숲에서 모든 수업을 이어간다.
“놀이가 학습이다. 교사가 개입하지 않고 아이들이 잘 놀고 있으면 성공으로 생각한다. 숲유치원 수업은 아이들이 궁금해 하는 것을 교사와 함께 풀어나가는 과정이다.” 이명환 한국숲교육협회 회장(66·인천대 명예교수)은 독일에서 시작된 숲유치원을 국내에 처음 도입한 ‘유아 숲교육 전도사’다. 그는 2009년 산림청과 인천대의 지원으로 인천 청량산에 국내 1호 숲유치원을 개설한 데 이어 인천대공원에서도 숲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숲유치원의 정원은 20명에 불과하고 원생들이 중간에 그만두지 않기 때문에 입학하기 어렵다.
자연을 통한 자율학습에 중점을 두는 숲유치원이 유아들의 정서, 집중력, 창의성, 사회성, 신체 발달에 상당한 효과를 거두자 일반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도 숲교육 과정을 채택하는 추세다. 김은숙 숲유치원 원장(46)은 “숲교육을 하지 않으면 원생 모집이 이뤄지지 않을 정도다. 유치원뿐 아니라 초등학교, 중학교 자유학기제의 한 과정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산림청은 수요가 늘고 있는 산림교육전문가 양성을 서두르고 있다. 최근 한국숲교육협회를 인천과 경기지역의 유일한 유아숲지도사 교육기관으로 지정해 24일부터 5개월 과정(한 주 두 차례)의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산림교육, 숲해설, 야생동식물 이해, 유아숲생태교육, 응급처치 등의 교육을 수료하면 숲지도사로 활동할 수 있다. 이 회장은 “자연은 교육의 원천이자 참교사다. 이런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 산림청이 인증한 숲해설가, 유아숲지도사, 숲길체험지도사가 많이 필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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