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차장서 화물 싣고 내리라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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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시장, 새벽 피크타임 차량 400대 몰리는데
상인들 현대화 건물 이전 거부, 왜?

20일 새로 지은 가락몰 지하 1층에 입점한 청과상인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올해 4월부터 입주가 시작됐지만 청과점포 326개는 아직도 이전을 거부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20일 새로 지은 가락몰 지하 1층에 입점한 청과상인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올해 4월부터 입주가 시작됐지만 청과점포 326개는 아직도 이전을 거부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새 건물 지하에서는 장사 못 해요.”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에서 30년째 양파 중간도매업을 하고 있는 임재도 씨(66)는 “새 건물로 왜 안 들어가느냐”는 질문에 손을 내저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1985년 세워진 가락시장을 현대화하기 위해 2009년부터 3단계에 걸친 시설 현대화 사업을 추진 중이다. 1단계 사업으로 사업비 2806억 원을 들여 총면적 21만958m² 규모의 가락몰을 올 1월 완공했다.

농수산식품공사는 이곳에 기존 점포를 모두 옮겨 올 계획이었다. 그러나 청과점포 660개 가운데 326개는 이전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임 씨를 비롯한 청과상인들은 ‘가락몰 이전, 난 반댈세!’라는 문구가 적힌 초록색 조끼를 입은 채 옛 건물에서 장사를 계속하고 있다. 자칫 현대화 건물 입주 갈등으로 물리적 충돌까지 빚은 노량진수산시장 사태가 재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 “상인들 무시한 일방적 설계”

상인들의 가장 큰 불만은 지하주차장. 가락몰 건립 전에는 상가가 4개 동으로 나뉘어 있었다. 건물마다 상인과 고객이 드나드는 출입구가 30개씩 있었다. 가게 가까운 입구에 고객들이 차량을 주차하면 상인들이 바로 물건을 실어 줄 수 있었다. 그러나 새로 가락몰을 지으면서 주변에 차량을 세워두는 대신 지하주차장을 이용토록 했다. 지하주차장으로 드나드는 출입구는 단 두 곳. 400대 안팎의 차량이 몰리는 새벽 시간에는 주차장 주변에서 큰 혼잡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의 차량은 지하주차장 사용을 꺼린다. 그 대신 농산물을 가득 실은 화물차를 지상에 세워놓고 물건을 옮기고 있다. 이 때문에 1층 화물용 엘리베이터는 항상 만원이다. 화물용 엘리베이터는 10대나 되지만 지하 1, 2층과 지상 1, 2층 상인들이 모두 사용하다 보니 물건 옮기는 시간이 과거 3분에서 30분 안팎으로 늘어났다. 가락몰 1, 2층에는 청과를 제외한 축산, 수산, 건어물 상인들이 입주해 있다. 김이선 청과직판상인협의회장은 “물건을 대량으로 취급하는 시장 특성상 움직일 공간이 넓어야 하는데 가락몰은 업장을 층별로 배치해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상인들은 “농수산식품공사에서 상인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 쓰레기 하치장 옆에서 축산물 팔아라?

소 돼지 등 가축 부산물을 취급하는 점포 25개의 위치도 문제다. 지하 2층 부산물 상가 바로 옆에는 주차장뿐 아니라 쓰레기 하치장도 있다. 매연이나 쓰레기 문제 때문에 상인들은 물론이고 소비자들도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전 반대 상인들은 임차권존속확인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서 졌다. 28일 항소심 판결이 내려진다. 가락시장은 건물을 1개씩 차례대로 재건축하는 ‘순환재건축’ 방식을 채택했다. 기존 청과직판시장이 비워져야 다음 단계 재건축을 진행할 수 있다. 농수산식품공사는 최대한 빨리 남아 있는 상인들을 모두 이전시킬 계획이다.

농수산식품공사 측은 “과거 시장 주변에 화물차가 수시로 주정차하는 탓에 근처 주민들의 민원이 잦았다”며 “상인들이 원하는 구조로 지으려면 땅이 훨씬 더 많이 필요하다. 현재의 건축 구조가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현대화 건물 이전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노량진수산시장의 경우 지금도 전체 소매상인 700여 명 중 300명 정도가 이전을 거부하고 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김정현 인턴기자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4학년
#가락시장#지하주차장#노량진수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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