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학교전담경찰관(SPO)이 학교폭력 등 피해 확인을 넘어서는 전문적인 상담을 하는 것은 금지되고 이성 학생을 만날 땐 반드시 상급자 승인을 받고 학교에 통보해야 한다. 혼자 10개 학교를 책임졌던 ‘나 홀로 근무’도 ‘2인 1조’가 20개 학교를 맡는 체제로 바뀐다.
경찰청은 14일 ‘부산지역 SPO 여고생 성추문’ 사건의 단초가 된 상담 업무의 범위를 대폭 제한하고 교육당국과의 협업을 주요 내용으로 한 ‘SPO 제도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 본연의 범죄예방 역할에 집중하고 전문성이 필요한 상담 업무는 교육 전문기관과 연계하도록 SPO 업무를 재정립했다”며 “내부적으로는 교육상담 분야 등 학사 이상 전문가를 채용하고 동료 경찰관 간의 상호 견제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2012년 6월 도입된 SPO는 ‘학교폭력 전담경찰관’이라는 초기 명칭처럼 학교폭력이 감소하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시행 첫해 2만3877명이던 검거 인원은 지난해 1만2485명으로 줄었고 6개월간 학교폭력을 경험한 학생들의 피해응답률도 2012년 9.6%에서 지난해 0.94%로 크게 줄었다.
하지만 학교폭력 신고접수를 위한 홍보와 가해학생 및 피해학생 관리를 위한 상담이 과열되면서 당초 취지와 달리 법 집행자보다 ‘카운슬러’ 역할이 부각됐다. 이 과정에서 학교 측에 정보를 전달하지 않는 경찰의 독단적 운영과 전문성 부족이 한계로 드러났다.
경찰은 학교폭력과 그 외의 상담을 분리한 뒤 전문적인 상담은 학교나 Wee센터 등 청소년 전문기관에 인계하기로 했다. 또 학교와의 정보 공유를 위해 상설 협의체를 가동하고 생활지도교사와의 핫라인을 강화하기로 했다. 견제장치가 없던 1인 근무는 ‘정·부’ 2인 1조 체제로 변경하고, 남학교에는 남성 경찰관을, 여학교에는 여성 경찰관을 정 담당자로 배치하기로 했다. 면담 과정의 탈선을 막기 위해 면담 장소도 교내를 원칙으로 하되 교외 면담은 Wee센터 등 공공 상담장소를 이용하게 했다.
하지만 미봉책이라는 비판과 함께 아예 SPO 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학교 안 문제는 교육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며 “학교폭력이나 학대 등 모든 문제에 관여하려는 경찰 만능주의를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SPO 대신 상담을 맡을 청소년 전문 상담인력이 충분하지 않고, 학사 전공 채용 기준만으로는 전문성을 높이는 효과가 작다는 지적도 나온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