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막말’ 공방에 입 닫은 경남도의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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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훈·부산경남취재본부
강정훈·부산경남취재본부
대체로 침묵은 금(金)이다. 그러나 침묵이 방관이나 외면, 비겁의 또 다른 이름일 때도 있다. 경남도의회는 12일 ‘앙숙’인 홍준표 경남지사(61)와 여영국 경남도의원(51·정의당)이 주고받은 막말에 입을 닫고 있다.

당시 상황으로 돌아가 보자. ‘펀치’는 여 의원이 먼저 날렸다. 홍 지사 퇴진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시작한 그는 의사당으로 들어가던 홍 지사에게 “언제까지 공무원들에게 책임을 미루실 겁니까”라고 고함을 쳤다. 홍 지사는 “거, 한 2년간 단식해 봐요”라며 가볍게 받았다. 주변 사람들도 피식 웃었다. 여 의원이 “단 한 번이라도 책임을 져 보세요”라고 거듭 공격했다. 심기가 불편해진 홍 지사는 “쓰레기가 단식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냐”라고 비웃으며 본회의장으로 향했다. 여 의원은 홍 지사 등 뒤에다 “어째 저렇게 못돼 먹은 것만 배웠어”라고 반말을 퍼부었다. 예우도, 나이 차도 온데간데없었다.

40분 뒤 의사당을 나서는 홍 지사를 향해 여 의원은 “어디서 지사가 막말해”라고 공격했고, 홍 지사는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며 조롱했다. 국민을 개돼지에 비유한 교육부의 간부는 술에라도 취했다지만 이들은 맑은 정신이었다.

여 의원은 홍 지사를 모욕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정의당은 거듭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홍 지사도 가만있지 않았다.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집행부를 조롱하고 음해로 일관한다면 도민을 위한 의원으로 보기 어렵다”고 여 의원을 겨냥했다. 이어 “깜도 안 되는 무뢰배(無賴輩)의 행동을 더 이상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후속조치를 예고했다. 무뢰배도 고약한 단어다. 곧바로 정장수 경남지사 비서실장이 14일 명예훼손과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여 의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홍 지사 말대로 의회는 집행부를 감시하고 비판해야 한다. 경남도의회는 그동안 큰 박수를 받지 못했다. 이를 의식한 듯 10대 의회 후반기를 맡은 박동식 의장은 “(집행부와) 긴장감을 갖는 의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는 아직 침묵이다. 여 의원 언행이 문제라면 나무랄 수 있다. 단식이 지나치다면 이 또한 조정이 가능하다. 이병희 의원(새누리당)이 “도의회를 정치투쟁의 장소로 삼는다면 윤리위에 회부할 것”이라고 지적했을 뿐이다. 같은 선상에서 동료를 비하한 홍 지사도 비판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대통령이나 장관, 선출직의 퇴진 요구는 정치행위의 일부로 간주된다. 홍 지사도 국회의원 시절 날카로운 공격수였다. 전후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그날 발언은 정치의 영역을 벗어났다고 봐야 한다. 경남도의회가 19일 임시회를 마치기까지 어떤 역할에 나설지, 아니면 계속 침묵을 이어갈지 지켜볼 일이다.
 
강정훈·부산경남취재본부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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