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檢 “고재호 前대우조선사장, 40조 사기대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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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식회계만 5조4000억원대 실적 부풀려 빌린 돈으로 성과급
産銀출신 前CFO 구속때 드러나
남상태 前사장 27일 피의자 소환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61)이 2012년 4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사장으로 재임하면서 회계 장부를 조작해 금융기관을 속이고 받아 낸 사기 대출 총액이 무려 40조여 원에 이른다는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실적 부풀리기를 통해 보너스와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정치권 인사가 감사와 고문직을 꿰차는 사이 대우조선해양 내부에서는 실적을 마음대로 부풀린 천문학적 규모의 회계 사기 범죄가 자행된 것이다.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대우조선해양의 2012∼2014년 각종 사업 부문을 전수 조사한 결과 사기 대출 규모가 40조여 원에 이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 시기 대우조선해양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낸 산업은행 부행장 출신 김갑중 전 대우조선해양 부사장(61)을 25일 구속 수감하면서 이런 사실을 김 씨 구속영장에 적시했다. 40조여 원은 대우조선해양이 조작한 재무제표를 통해 금융기관을 속이고 타 낸 대출금을 비롯해 회사채, 기업어음(CP), 선수금 보증 액수를 모두 합한 액수다. 기존 대출금을 갚는 조건으로 새로 대출받는 대환대출은 제외된 것이어서 전체 사기 대출 규모는 40조 원을 훌쩍 넘어선다.

검찰은 대우조선해양에서 실적이 부진한 사업 부문의 손실을 감추는 ‘소극적 분식회계’를 넘어 KDB산업은행과 협의한 경영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치를 마음대로 조작해 실적을 부풀린 ‘막무가내식 분식회계’가 횡행한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산업은행과 협의한 경영 실적이 이뤄지지 않으면 경영진이 원가관리 담당 부서 직원들에게 “(원하는) 답을 내놓으라”고 압박한 단서도 포착됐다. 대우조선해양은 ‘영업이익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이익이 나는 사업 부문 매출 수치를 멋대로 입력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고 전 사장 재임 기간인 2012∼2014년경 이뤄진 분식회계 규모가 5조4000억 원대로 감사원이 추정한 같은 기간 분식회계 규모인 1조5000억 원보다 4조 원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남상태 씨(66)가 사장으로 재임한 2006년 3월부터 2012년 3월까지 3조 원대의 분식회계가 발생한 단서도 확보한 상황이라 두 사장이 재임한 기간의 분식회계 규모는 8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회계 사기를 통해 목표를 달성한 임직원들은 성과급 잔치를 했다. 2013, 2014년 부당하게 지급된 성과급만 65억 원이다.

검찰은 27일 오전 9시 반 배임증재 등 여러 가지 개인 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남 전 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다. 남 전 사장은 부산국제물류(BIDC) 대주주인 휴맥스해운항공 회장 정준택 씨(65·구속)에게 일감을 몰아주고 정 씨에게서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정 씨와 대학 동창인 남 전 사장은 외국인을 가장해 대우조선해양의 손자회사인 BIDC에 투자해 배당 수익을 챙겨 오다가 검찰 수사가 예상되자 정 씨 측과 허위로 ‘차용증’을 작성해 적법한 돈인 것처럼 가장한 단서도 검찰에 포착됐다.

남 전 사장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대우조선해양 사장에 취임했으며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연임에 성공했다. 검찰은 남 전 사장의 연임 로비 의혹도 수사할 계획이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배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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