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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단독]통일신라 건물-도로 유적 잘려나갔다

입력 2016-06-21 03:00업데이트 2021-01-27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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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룡사지 불법공사 유적훼손 확인
경북 경주 황룡사지 내 역사문화관 불법 공사 현장에서 발견된 통일신라시대 건물의 적심석(원으로 표시된 곳) 단면. 굴착기로 구덩이를 파면서 잘려 나갔다. 공사로 훼손된 유적에서는 통일신라시대 연꽃무늬 수막새(오른쪽 위 사진)와 토기 편병(오른쪽 아래 사진) 등 유물이 출토됐다. 문화재청 제공
국가 사적 제6호인 경주 황룡사지(皇龍寺址) 내 불법 공사로 인해 8세기 통일신라시대 건물과 도로, 수로 유적이 한꺼번에 파괴된 것으로 20일 공식 확인됐다. 이곳에선 현재까지 신라시대 연꽃무늬 수막새와 토기, 석불(石佛) 등 총 19점의 유물이 발견됐다.

문화재청이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로부터 최근 제출받은 ‘경주 황룡사 역사문화관 건립공사 부지 내 유적 긴급수습 약보고서’에 따르면 경주시는 사적 내 황룡사 역사문화관 부대시설 공사를 하면서 굴착기로 총 285m에 달하는 구덩이를 팠다. 문화재위원회의 사전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공사였다. 유적 훼손 사실은 4월 22일자 동아일보 보도로 처음 알려졌고 연구소는 4월 25일∼5월 11일 긴급 발굴조사를 진행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역사문화관 북쪽 구덩이에서 약 70m 길이의 동서 방향 도로가 발견됐다. 15∼26cm 두께의 도로 유적은 자갈, 흙 등으로 다져진 상태였다. 근처에서 8, 9세기경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연꽃무늬 수막새와 사자무늬 회첨막새, 토기 조각 등도 출토됐다.

보고서는 “신라 왕경 방리(方里)제에 의해 황룡사 북쪽에서 동서 방향으로 진행되는 도로 유구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신라는 수도 경주와 주요 대도시(9주 5소경)에 걸쳐 원활한 교통을 위해 바둑판 모양으로 도시를 구획하는 방리제를 시행했다. 이번에 훼손된 유적은 왕경의 각 방리를 구분 짓는 핵심 도로망 중 하나였다.

도로 유적 인근에서는 통일신라시대 수로로 추정되는 석렬(石列)도 나왔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석렬 안에 개흙층이 확인돼 물이 흘렀던 사실을 알 수 있다”며 “도로 양옆의 배수구일 수도 있지만 별도의 수로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석렬 부근에서도 연꽃무늬 수막새 4점과 완형에 가까운 토수 기와 2점 등이 출토됐다.

역사문화관 서쪽에 굴착한 구덩이에서 발견된 4개의 적심석(積心石·기둥을 올리기 위해 초석과 함께 건물 밑바닥에 까는 돌) 역시 잘려 나간 상태였다. 이들 적심석은 너비 1.3∼1.7m, 두께 0.3∼0.6m 규모로 최대 3, 4겹의 돌들이 층을 이루고 있다. 적심석의 양상을 볼 때 중간 규모 이상의 기와집이 들어섰던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사찰 혹은 귀족 저택이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인근에서 황룡사지와 분황사에서 출토된 것과 비슷한 7, 8세기 신라시대 인화문 토기 조각도 나왔다.

최병현 숭실대 명예교수(고고학)는 “동궁과 월지 등 신라 왕궁의 중심 건물이 주변에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곳에 왕경의 핵심 시설이 있었을 것”이라며 “불법 터파기 공사로 도로와 건물, 수로 유적이 중간에 잘리는 중대한 훼손이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경주시 관계자는 20일 “시공업체의 불법 공사를 사전에 보고받지 못했지만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을 느낀다”며 “시공업체를 형사 고발했고 훼손된 유적은 보호를 위해 복토했다”고 말했다.

한편 문화재청이 두 달 전 담당 공무원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는 공문을 경주시에 보냈으나 아직 징계 조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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