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수능 한국시험, 문제유출 의혹에 취소

  • 동아일보

주관사, 시험시작 직전에 전격 통보… 한국-홍콩서 5500명 응시 못해
특정국가 전체 취소 ‘세계 최초’ 망신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인 ACT(American College Testing) 한국 시험이 사전 문제 유출의 정황 때문에 시험 직전 취소됐다. 특정 국가 전체의 ACT가 취소된 건 세계 처음이다.

12일 다수의 유학원 등에 따르면 11일 오전 8시 서울과 부산 등에서 치러질 예정이던 ACT가 시작 직전 취소됐다. 시험장에는 ‘시험지 유출 문제로 취소됐다’는 내용의 짧은 공지문이 게시됐다.

ACT를 주관하는 미국 ACT사는 “시험 문제가 사전에 유출된 것으로 보이는 신뢰할 만한 증거를 입수했다”며 “한국과 홍콩에서 진행되던 시험 일정을 취소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에드워드 콜비 ACT사 대변인은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유출됐는지는 조사 중이어서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시험은 한국과 홍콩의 56개 시험장에서 5500여 명이 치를 예정이었다.

서울 강남의 한 유학원 관계자는 “한국은 시험장 25곳에서 1000여 명이 응시한 것으로 안다”며 “미국 ACT 본사에서 시험 시작 두 시간 전 수험생들에게 e메일로 시험 취소를 통보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ACT의 시험지 관리는 민간업체가 맡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정행위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번 취소가 한국에서의 문제 유출 때문에 생긴 것으로 확인되면 한국은 국제적 입시부정으로 또 한 번 ‘세계 최초’라는 오명을 쓰게 된다. ACT는 이번 사건 이전까지 특정 국가 전체의 시험이 취소된 적이 없었다. 로이터통신은 SAT(Scholastic Aptitude Test)와 ACT 사례를 거론하며 “한국이 시험 부정행위자들로 악명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2013년에는 또 다른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인 SAT가 한국에서 문제지 유출 의혹이 제기돼 세계 최초로 특정 국가 전체의 SAT가 취소되는 첫 번째 사례로 기록됐다. 당시 불법 유출된 SAT 문제지를 거래한 학원 관계자들(400만∼600만 원)과 학생들(300만∼400만 원)은 최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어떻게든 좋은 대학에 가면 된다는 경쟁만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고, 정의감 도전정신 등 ‘사회적 자본’은 점점 무너지고 있는 등 이번 사건은 종합적인 사회병리 현상으로 볼 수 있다”며 “단발적이고 대증적인 접근보다 우리 사회의 문제가 무엇인지 학계와 정부가 나서서 심도 있는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act#문제유출#시험 취소#한국시험 취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