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100] 컴퓨터와 통신 결합한 4차산업이 미래 주도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30일 14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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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대 컴퓨터정보통신공학부

매년 산학공동으로 새만금ICT융합인재양성사업단의 성과와 컴퓨터정보통신공학부 학생들의 창작품을 중심으로 전시회를 개최한다.
매년 산학공동으로 새만금ICT융합인재양성사업단의 성과와 컴퓨터정보통신공학부 학생들의 창작품을 중심으로 전시회를 개최한다.


“음식점을 하나 개업했다고 가정해 보지요.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전혀 관련이 없을 듯하지만 식당 점주는 홍보 차원에서 홈페이지와 스마트폰 앱을 구축해야 할 것이고, 기본적으로 계산대 포스 프로그램과 세금 계산을 위한 회계 프로그램, 고객관리와 재고관리 시스템 등 적지 않은 소프트웨어들을 갖춰야 합니다. 이처럼 소프트웨어는 작은 식당에서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핵심기술입니다. 또 자동차, 기계, 의료, 항공, 문화 등 각 산업 분야가 융합·발전하는데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기술입니다. 그래서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집어삼키고 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제가 공부하고 있는 컴퓨터정보공학 전공의 목표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심화된 개념을 익혀 미래 정보사회를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는 컴퓨터공학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입니다. 저는 ‘판사가 수십 명의 생사를 좌우하고, 의사가 수백 명의 생명을 좌우한다면, 엔지니어는 수억 명의 삶을 좌우한다’는 교수님의 말씀을 가슴 깊이 새기고 있습니다.”(군산대 컴퓨터정보통신공학부 컴퓨터정보공학전공 3학년 이정헌 씨)

“저는 정보통신공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컴퓨터공학이 IT기술, 웹 프로그래밍 등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학문이라면, 정보통신공학은 현실 세계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정보들을 가공하고 처리하는 다양한 이론과 기법들을 연구하는 첨단 학문입니다. 정보를 전달하는 문제를 다루는 영역이다 보니 소프트웨어적인 것뿐만 아니라 하드웨어적인 것까지 배우기 때문에 학문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매력도 있습니다. 언니 2명이 모두 컴퓨터 IT관련 학과에 다니고 있어서 일찍부터 이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던 중,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IT를 포함해서 폭이 더 넓은 분야를 찾다가 정보통신공학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군산대 컴퓨터정보통신공학부 정보통신공학전공 3학년 최연정 씨)
군산대 컴퓨터정보통신공학부에서 자신의 전공을 소개하는 두 학생의 말은 이 학부의 특징을 압축적으로 설명해준다. 군산대 컴퓨터정보통신공학부는 각기 독립적으로 운영해오던 컴퓨터정보공학과(1985년 설립)와 정보통신공학과(1988년 설립)를 2015년에 하나로 통합해 학부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학과 통합에 대해 학부장 최연성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요즘 세상은 데이터베이스 구축, 소프트웨어 개발 등의 컴퓨터 기술과 이동전화, 위성통신 같은 정보 통신을 구분할 수 없는 시대가 돼버렸습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은 대화와 정보 전달 기능을 담당하는 통신기기일까요, 아니면 정보 처리 및 가공을 담당하는 컴퓨터 기기일까요? 정답은 둘 다 ‘맞다’입니다. 스마트폰은 통신 기능과 컴퓨터 기능이 유기적으로 결합돼 있어 어느 한쪽으로 분류하기가 힘듭니다. 이처럼 21세기는 통신과 컴퓨터가 융합한 4차산업 혁명의 시대입니다. 우리 학부는 이런 흐름에 맞춰 두 학과를 통합해 경쟁력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두 학과를 통합하면서 제시한 이 학부의 미래 비전은 매우 구체적이다. 서해안 개발 사업에서 가장 규모가 크면서도 국가 핵심 사업으로 부상한 군산 새만금사업에 필요한 전문 인력을 길러낸다는 것. 새만금 사업이 ICT 융합산업 중심 단지를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이 학부는 산학협력을 통해 국내 최고의 ICT 융합 전문가를 길러 이 사업을 뒷받침하겠다는 것이다.

교수, 학생, 산업체 인사가 한 조가 돼 학생의 산업현장 실험 실습을 돕는 HOE 프로그램. 오른쪽 두번째가 최연성 학부장.
교수, 학생, 산업체 인사가 한 조가 돼 학생의 산업현장 실험 실습을 돕는 HOE 프로그램. 오른쪽 두번째가 최연성 학부장.

학부는 인재 양성을 위한 체계적이며, 실현가능한 계획으로 SISP(Saemangum ICT Specialist Program)라는 독창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최 교수는 “SISP는 단순한 기술교육을 넘어 인성교육, 소양교육, 창의교육을 교육 과정과 접목해 융합기술 전문가를 양성하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대학과 산업체의 괴리 때문에 산업체가 신입생을 다시 교육시키는데 드는 막대한 재교육 비용을 줄이면서, 편하고 쉬운 것만 추구하는 이기적 의식에서 벗어나 직업 만족도와 자부심도 높일 수 있는 직업윤리 교육까지 병행하고 있다는 것.

또한 HOE(Hands-On Experience) 프로그램을 통해 실험 실습을 대학 실험실이 아닌 산업 현장에서 경험하게 함으로써 학습 효과를 극대화하는 교육 시스템도 이 학부만의 자랑이다. 모든 전공과목은 이론과 함께 반드시 실험 실습을 하도록 학생들에게 공간과 비용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현재 이 프로그램에는 세계적 기업인 오라클, OCI, 지엠코리아, 현대중공업 등 군산대와 산학협력을 맺은 가족회사들이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이 학부의 산학밀착형 협력 체계는 정부도 인정한다. 학과로 운영하던 시기에 이미 정부의 BK21사업에 선정돼 7년간(1999~2007년) 지원을 받았다. 2004년에는 지방대혁신역량강화사업(NURI)에 선정됐고, 최근에는 지방대학특성화사업(CK-1)에도 참여하고 있다. 특히 새만금 ICT융합인재양성사업단(단장 최연성)이라는 이름으로 선정된 CK-1 사업은 사업 개시 1차연도에 교육부가 선정한 특성화 우수학과로도 지정됐다.

특성화 우수학과는 교육부가 지방대학의 우수학과를 집중 지원해 수도권 대학에 버금가는 명품학과로 육성하겠다는 제도다. 교육부는 대경강원권, 동남권, 충청권, 호남제주권 등 4개 권역별로 15개 학과 및 전공을 특성화 우수학과로 지정하는데(전국적으로는 60개 학과 및 전공), 바로 군산대 컴퓨터정보통신공학부가 호남제주권에서는 컴퓨터공학계열로는 유일하게 특성화 우수학과로 선정된 것이다. 여기에 선정되면 5년간 인프라 구축과 교육 환경 개선 등에 필요한 지원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학부 졸업생들의 취업률도 매우 높은 편. 최근 3년간 평균 77%의 취업률을 보이고 있다. 2014년의 경우 호남제주권 동일계열 취업률 1위를 차지했다. 최 교수는 “학부 졸업생들은 학생 시절부터 풍부한 현장 경험을 한다. 그래서 OJT 없이 바로 업무에 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 등 대기업 취업도 잘 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세계 유명 ICT기업인 오라클과 협정을 맺어 JAVA프로그래밍 전문가 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들.
세계 유명 ICT기업인 오라클과 협정을 맺어 JAVA프로그래밍 전문가 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들.

컴퓨터정보통신 분야는 다양한 진로와 넓은 취업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거의 대부분의 분야에서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교수, 연구원, 정보기관 및 각 기업체 전산실, 금융기관, 소프트웨어개발업체, 웹마스터, 네트워크 엔지니어, 멀티미디어 콘텐츠 개발자, 국가특정요직 등에 취업할 수 있고 벤처창업도 가능하다.

최 교수는 창업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그는 타대학 초청 특강이나 강연에서도 학생들에게 ‘취업보다는 창업’이라고 강조한다. 최 교수 자신이 벤처바람이 불던 1990년대 말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서 제자들과 함께 벤처기업을 만들어본 경험이 있기 때문. 당시로는 획기적인 영상회의시스템을 개발해 신기술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인터넷 환경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못해 속도가 너무 느리고 마케팅 능력도 부족해 2년 만에 접은 아픔도 있다. 그러나 그때의 경험과 노하우만큼은 젊은 학생들에게 생생하게 전수해주고 있다.

최 교수는 특허청과 협정을 맺고 지식재산교육선도사업단이라는 프로젝트팀도 운영하고 있다. 벤처사업을 할 때 공학도들이 특허 같은 지식재산에 대한 개념이 부족해서 애써 개발한 기술을 도둑맞거나 권리를 침해당하는 사례를 적잖게 목격했기 때문. 실제로 이 학부 학생 이정헌 씨는 ‘차키 버튼 누름장치를 활용한 차량 관리 시스템’ 등의 특허를 받은 뒤 지난해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HUM)를 창업하기도 했다.

현재 이 학부의 교수는 23명. 대부분의 학생들은 책임지도 교수의 실험실에 입주해서 공부를 하고 있다. 학사관리가 엄격해 ‘개발 능력’이 부족하면 졸업이 늦춰지기도 한다. 반면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에게는 수업료 부담은 그리 크지 않다. 국립대라 사립대에 비해 등록금이 싼 데다 학부 재학생 중 91.2%가 장학금 혜택을 받고 있다. 장학금 수혜율로는 전국 최상위권 대학에 속한다.

입학 정원은 컴퓨터정보공학 전공이 64명, 정보통신공학 전공이 50명. 2016학년도 입학전형 결과는 컴퓨터정보공학 전공은 수시 3.03(내신등급), 정시 4.82(수능등급). 정보통신공학 전공은 수시 3.61(내신등급), 정시 5.01(수능등급)이었다.

군산=안영배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 oj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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