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야시장 개장… 전통시장 밤풍경 바꾼다

  • 동아일보

교동시장 이어 서문시장도 6월 개장… 야간 경관조명으로 어둡던 시장 활기
대형 외벽영상 설치해 방문객 눈길… 체류형 관광 위해 게스트하우스 확충

13일 대구 중구 교동시장에서 윤순영 중구청장(오른쪽)이 개장 음식을 준비하는 야시장 상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구 중구 제공
13일 대구 중구 교동시장에서 윤순영 중구청장(오른쪽)이 개장 음식을 준비하는 야시장 상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구 중구 제공
“야시장을 찾는 손님들에게 추억과 행복을 선물하고 싶어요.”

대구 중구의 교동 도깨비 야시장 상인 성미림 씨(24·여)는 13일 개장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그는 소시지 팬케이크를 만들어 판매한다. 올해 대학을 졸업한 성 씨는 3월 야시장 운영자 모집 공고를 보고 창업을 결심했다. 요리에 관심이 많은 그는 동생과 집에서 만들어 먹었던 메뉴를 활용해 2.4 대 1의 경쟁률을 뚫었다. 성 씨는 “음식 가게를 하고 싶은 꿈을 이뤘다”며 “야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교동 야시장이 13일 문을 열었다. 교동시장 북편 도로인 제일백화점에서 현음전자까지 100m 구간에 이동식 좌판 25개가 설치됐다. 어둡고 침체됐던 거리는 야간 경관 조명으로 아주 달라졌다. 야시장은 오후 7시부터 다음 날 오전 1시까지 연다. 수입품 등 신기한 물건이 많다는 뜻에서 생긴 ‘도깨비 시장’을 보여주는 조형물과 그림으로 꾸며졌고 시장 건물 외벽은 밝은 디자인으로 바뀌었다.

고기를 밥에 얹어 만든 초밥 모양의 음식을 판매하는 추교민 씨(24)는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했다. 그는 “대구에 처음 생긴 야시장에서 일하게 돼 기쁘다”며 “가게 경험을 쌓는 데 의미를 두고 도전하는 삶을 가꾸고 싶다”고 말했다.

교동시장의 기존 상인들도 기대감을 보였다. 지난달에는 상인연합회와 야시장 운영자가 교류 협약을 맺었다. 내년 4월까지 친절 서비스 교육 등도 같이 진행할 계획이다. 국수 가게를 운영하는 황병식 씨(55)는 “밤에 불이 꺼지면 고요하고 쓸쓸한 거리였는데 이렇게 사람들이 북적이니까 보기 좋다”며 “상인과 야시장 운영자들이 힘을 모아 서로 성장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중구는 행정지원반을 가동했다. 좌판 보관소와 공동 조리시설도 설치했다. 직원 6명이 다음 달 30일까지 오후 6시 반∼11시 반에 돌아가며 현장 근무를 한다. 윤순영 중구청장은 “야시장이 도심의 밤 풍경을 바꾸고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관광지가 되도록 관심을 갖겠다”고 말했다.

다음 달 3일 개장하는 서문시장 야시장 준비도 순조롭다. 최근 운영자 80명을 모집했다. 시장 입구에서 큰장 삼거리까지 350m 구간에 이동식 좌판 80개를 설치한다. 도시철도 3호선 모양을 본떠 노란색으로 꾸미고 발광다이오드(LED)로 간판을 제작했다. 좌판이 시작되고 끝나는 부분에 모노레일 조형물을 세웠다.

서문시장 입구 주차타워에는 대형 미디어 파사드(외벽 영상)를 설치한다. 도로 바닥에는 방문객이 움직일 때마다 시시각각 그림과 무늬가 변하는 인터랙티브 라이팅을 비춘다. 행인을 피해 도망치는 사람, 물속을 헤엄치는 물고기 등의 영상이 방문객의 눈을 즐겁게 한다.

대구시가 최근 20∼40대 시민 80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97%가 월 1회 이상 서문시장 야시장을 찾겠다고 답했다. 시는 근대골목투어와 대구약령시, 서문시장을 연결하는 야간 투어를 운영한다. 체류형 관광 명소 조성을 위해 게스트하우스(숙박시설)도 확충할 계획이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