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성공보수 금지’ 大法판결, 전관예우 착수금만 높였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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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100억 원대 원정도박 사건 항소심 변호를 맡다가 지난달 해임된 최모 변호사가 어제 “정 대표가 ‘A 변호사에게서 항소심 재판장과 통화가 다 됐고 100% 집행유예 확답을 받았다’며 사임을 요구해 사임하게 됐다”고 폭로했다. 최 변호사도, A 변호사도 부장판사 출신의 전관(前官) 변호사로 양쪽 다 전관 출신이 포함된 자문 변호사단까지 꾸렸다.

정 대표는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징역 8개월로 감형됐다. 그가 원했던 집행유예나 보석 결정을 얻지 못했으니 일단 전관예우는 통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회 통념을 넘는 거액의 수임료가 오간 사실이 밝혀졌다. 최 변호사는 정 대표에게서 수임료로 50억 원을 받았으나 해임되면서 성공보수로 받은 30억 원을 돌려줬다. 나머지 20억 원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역시 성공보수로 돌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최 변호사는 “30억 원을 받기 전에 착수금으로 따로 받았다”고 반박했다. 의견다툼으로 정 대표가 구치소로 찾아온 최 변호사를 폭행해 고소사건으로까지 비화했다.

지난해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사법 불신을 불식시키기 위해 변호사의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을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아무런 실효성이 없었음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20억 원은 논란이 되고 있으니까 차치하더라도 30억 원을 성공보수로 받은 것은 변호사와 의뢰인이 모두 인정한다. 대법원 판결 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약정만 하고 결과가 나온 다음에야 지불되던 성공보수가 지금은 수임료에 포함돼 수표 형태로 예탁됐다는 것 정도다.

A 변호사는 최 변호사의 폭로에 대해 “정 대표에게 집행유예를 자신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가 A 변호사에게 들었다는 ‘재판장과의 통화’ 발언이 거짓말일 수도 있다. 그러나 형사사건 수임료는 많아도 통상 1억, 2억 원을 넘지 않는다. 최 변호사든 A 변호사든 실패한 전관예우이긴 하지만 전관예우를 노리고 수십억 원의 수임료가 오간 만큼 철저한 진상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공교롭게도 어제는 법무부 장관·대한변호사협회 회장·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이 한결같이 법의 신뢰 추락을 개탄하며 “법조계부터 법치구현”을 다짐한 ‘법의 날’이었다.
#네이처리퍼블릭#원정도박#전관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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