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학종시대’ 고교, 교육과정부터 바꿔야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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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 취임한 진학지도 전문가… 신동원 휘문고·주석훈 미림여고 교장

올해 3월 취임한 서울 휘문고의 신동원 교장(오른쪽)과 미림여고 주석훈 교장. 두 교장은 “학생부종합전형에 대비해 고교도 교육과정과 수업 방식을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3월 취임한 서울 휘문고의 신동원 교장(오른쪽)과 미림여고 주석훈 교장. 두 교장은 “학생부종합전형에 대비해 고교도 교육과정과 수업 방식을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부종합전형에 대비하려면 고교에서도 교육과정을 개편하고 수업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학교장의 의지 없이는 힘든 일입니다.” (김경숙 건국대 책임입학사정관)

‘학생부종합전형시대’를 맞아 대학뿐 아니라 고교도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학이 요구하는 대로 교사가 학생활동을 깊이 있게 관찰하고 평가하려면 학생의 역량이 잘 개발되고 드러나는 교육과정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

최근 한성여자고등학교, 동국대부속여자고등학교 등 일부 사립고교에서 진학지도 경력을 가진 교사 출신이 교장으로 취임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학교장이 대입 변화를 얼마나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진학지도의 성패가 갈리기 때문이다.

올해 3월, 서울 휘문고와 미림여고 교장으로 각각 취임한 신동원 교장과 주석훈 교장은 서울시교육청 산하 대학진학지도지원단 출범을 이끌며 공교육에서 진학지도를 이끌어온 ‘진학지도 1세대’. 이들의 취임은 고교 운영에 있어서 어떠한 변화를 예고하는 것일까.

두 신임 교장은 올해 고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수시 중심 체제로의 전환’을 내걸고, 이를 위해 “학생의 역량을 키울 교육과정을 적극 늘려가겠다”고 밝혔다.

정시에서 수시로… 핵심은 학생부종합전형

“작년 서울대 합격자 중에는 반 석차가 14등인 학생도 있었습니다. 내신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수능 성적보다 내신 성적이 안 나오는 경우가 많아 그간은 자연스레 정시 중심으로 대입 대비를 해 왔습니다.” (신동원 휘문고 교장)

휘문고와 미림여고는 수시보다는 정시 중심으로 진학지도를 해왔다. 휘문고는 2015학년도 주요 대학 합격자의 78%가 정시 및 추가모집에서 합격했다. 미림여고도 우수한 모의고사 성적을 바탕으로 수시 논술전형이나 정시 모집을 많이 노려왔다.

하지만 2017학년도에는 정시 비중이 30.1%까지 떨어진다. 논술전형은 폐지되는 추세. 대신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학생부종합전형이 크게 확대되면서 두 학교의 진학지도 전략에 변화가 불가피해진 것.

불가피한 변화지만 불리한 변화는 아니다. 내신 성적에서 경쟁력이 다소 떨어져도 학교의 교육과정만 뒷받침되면 학생부종합전형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이 두 교장의 판단이다.

주 교장은 “기본적으로 학업 역량이 우수한 학생들이기 때문에 학교가 교육과정을 개편하고 수업 방식을 개선해 잠재력을 발휘할 기회를 만들어주면 된다”면서 “이를 통해 학생들의 역량이 드러나면 그 구슬들을 꿰어 쓰임새 있게 만드는 것은 교사의 몫”이라고 말했다.

신 교장도 “수시 중심 체제로 변한다 해도 내신이 불리한 학생은 여전히 있다”면서 “내신 평균이 5∼6등급이라 할지라도 ‘휘문고의 학습과정과 활동을 거쳤다면 충분히 역량 있는 인재다’라고 대학이 평가할 만큼의 교육과정을 마련하는 것이 우리 학교의 대응책”이라고 말했다.

진학지도 이전에 교육과정부터 바꿔야


두 교장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교육과정의 변화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할까.

휘문고는 교과이수단위를 바꿨다. 자연계는 졸업까지 과학교과를 최대 40단위 이수해야 한다. 기존 이수단위인 36단위보다 늘어난 것. 물리Ⅱ를 2학년 필수 교과로 지정하고, 3학년은 물리 외에 과학Ⅱ 과목을 2개 더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일반고 자연계 과정의 과학 이수 단위는 보통 36단위 미만.

신 교장은 “일반적인 교육과정보다 심화된 학습이 가능하도록 개편한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학생은 지원하려는 학과에 적합한 전공 역량을 키울 수 있고, 대학은 학생이 이수한 교과목을 토대로 전공적성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사와 6∼7명의 학생이 같은 책을 읽고 토론하는 ‘사제동행독서’를 연간 200강좌 가량 개설해 교사가 학생의 관심사와 사고 과정을 깊게 관찰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했다.

미림여고는 수업시간 내 토론 및 발표 비중을 늘렸다. 수행평가 비중도 50% 이상으로 늘리고, 수행평가 방식도 △과제연구 △토론발표 △독서평가 등으로 다양화했다.

문제풀이 형식의 교과 경시대회는 ‘오픈북 테스트’로 바꾸고, 학생이 직접 경시대회 주제를 정할 수도 있게 하면서 사고하는 폭을 넓혔다.

“평소 토론이나 발표를 잘하고 과제 수행을 열심히 하는 학생들이 실제 성적도 잘 나오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수행평가를 질적으로 강화하고 비중도 높였습니다.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역량을 학생부 몇 줄 적어 넣는 것으로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교과수업을 충실히 이행하는 과정에서 실재적으로 쌓이도록 한 것이지요.” (주석훈 미림여고 교장)

대학, 평가정보 공유하고 전향적 선발해야


여러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두 학교의 교장에게 고교 현장이 학생부종합전형을 대비하면서 느끼는 한계에 대해 물었다.

주 교장은 “학생부종합전형은 한 번 합격한 학생이 똑같은 내용으로 다음 해에 지원한다고 해서 또 붙으리란 보장이 없다”면서 “서술형 기록이기 때문에 평가 기준을 세세하게 특정하긴 어렵겠지만 대학이 보다 구체적인 평가요소와 기준을 공개함으로써 합격 예측 가능성을 높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 교장은 “학생의 다양한 역량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임에도 불구하고 대학에서 선발 시 숫자로 표시되는 성적에 얽매이는 경우가 있다”면서 “고교의 교육과정이 다양한 만큼 교과 등급보다 교과와 관련한 기록을 보고 학생을 선발하는 사례가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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