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물 없는 건물’ 인증, 그게 뭡니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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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센티브 없고 홍보도 안돼… 시행 7년째 39건 그쳐
소형 음식점-오래된 건물 대상… 市, 편의시설 권장… 참여 적어

서울 성북구 홈플러스 월곡점 고객센터에는 화상전화기가 설치돼 있다. 덕분에 청각장애가 있는 고객도 화상전화로 수화 통역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월곡점에는 장애인 전용 계산대도 있다. 일반 계산대보다 폭이 15cm나 넓다. 마트 엘리베이터에는 반사경이 설치돼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쉽게 후진해 내릴 수 있다. 이 밖에 넓은 접근로와 턱 없는 출입구, 점자 블록 등 다양한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덕분에 이곳은 2010년 12월 서울시로부터 ‘서울형 장애물 없는 건물’ 인증을 처음으로 받았다.

서울시는 ‘배리어 프리(Barrier Free·BF·무장애)’ 환경을 확산하기 위해 2010년 서울형 BF 인증제를 도입했다. ‘배리어 프리’란 1974년 유엔 장애인생활환경전문가 회의에서 나온 표현이다. 이동이 불편한 장애인이나 노약자가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물리적인 장벽을 없애는 것을 말한다.

서울형 BF인증제는 민간 건축물 특히 생활밀착형 시설(병·의원, 소매점, 음식점)을 대상으로 한다.

현행 편의증진법에 따르면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건물은 공공기관과 1998년 이후 신·증축한 건물, 300m² 이상 규모의 음식점 등이다. 서울형 BF인증제는 법적 대상이 아닌 소규모 음식점이나 오래된 건물에도 무장애 환경을 확산하자는 취지다.

개별 건물이 서울형 BF인증을 받으려면 △주출입구 접근로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장애인용 승강기·화장실 등 28개 기준을 맞춰야 한다. 그리고 심사위원의 꼼꼼한 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그러나 시행 7년 차인 올해 현재 인증을 받은 건물은 39곳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7곳은 전체 건물이 아니라 약국 편의점 등 건물 내 개별 점포가 ‘부분 인증’을 받았다. 2013년 10곳, 2014년 5곳, 2015년 9곳 등 새로 인증을 받는 곳이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장애 환경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증 자체만으로는 크게 인센티브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서울형 BF인증을 받아도 인센티브 등 별다른 혜택이 없다. 그저 ‘장애인 친화’라는 홍보만 가능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인증 건물을 관광안내 지도에 수록하는 등 마케팅 지원을 통해 민간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며 “그러나 의무가 아닌 권장사항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확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배융호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소액이라도 예산을 지원해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무장애 건물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확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장애 환경이 조성되면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나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성인도 혜택을 누릴 수 있다”며 “선진국처럼 장애인이 아닌 모든 사람을 위한 행정이라는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장애물 없는 건물#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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