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대학을 바꾼다]2016년부터 장학제도 전면 개편…배움의 기회 넓히고 장려하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31일 03시 00분


코멘트
염재호 총장
염재호 총장
“장학금은 결과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배움의 기회를 넓히고 장려하는 데 쓰여야 합니다.”

염재호 고려대 총장은 올해부터 성적 장학금을 폐지하고 필요 기반 장학금을 대폭 강화하는 등 장학제도를 개편한 것에 대해 “고려대에 들어온 이상 등록금 마련을 위해 학업을 중단하거나 생활비 때문에 학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학생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기본적 생각”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고려대는 가장 필요한 학생들에게 장학금이 돌아가야 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성적 장학금을 폐지하고 필요 기반 장학금을 대폭 강화했다. 고려대의 장학제도 개편은 우리 사회에 강한 메시지를 던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염 총장은 “이른바 ‘흙수저 담론’으로 젊은이들이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지 못하고 좌절하는 안타까운 세태를 바꾸는 데 의미 있는 한 걸음을 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국 전문가 육성 전폭지원


고려대는 프로그램 기반 장학금을 통해서도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2013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차이나 글로벌 리더십 프로그램’이다. 글로벌 중국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하는 이 프로그램은 중국어와 중국 문화를 배우고 기업 체험도 하는 프로젝트다. 참가 학생 모두에게 등록비, 수업료, 항공료, 기숙사비 등을 기부를 통해 마련한 장학금으로 전액 지원한다. 염 총장은 라틴아메리카, 베네룩스 3국, 노르딕 국가들, 일본, 유럽 등으로 글로벌 리더십 프로그램의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정보기술(IT)·바이오기술(BT) 등 분야별로도 장학 프로그램을 확대할 예정이다.

고려대는 교육역량 강화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학교육역량강화사업 성과평가 우수사례로 뽑힌 ‘자기주도 창의설계 프로그램(CCP·Creative Challenger Program)’. 활동 주제나 분야는 한정돼 있지 않아 처음부터 끝까지 학생들 스스로 계획을 세워 만들어내야 한다. 단, 그룹별 활동을 통한 협력과 기존 연구 성과를 넘어선 독창적이고 새로운 주제 선정은 전제 조건이다. 또 무크(MOOC·대규모 개방형 온라인 강의), 플립러닝(Flipped learning·거꾸로 학습) 등 온라인을 활용한 학생주도 학습도 고려대가 주력하고 있는 분야다.

‘컨테이너 개척마을’로 창업지원

고려대는 학생들의 창업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1999년부터 학생들의 기술 창업을 독려하는 창업보육사업을 해 왔고, 2008년 9월에는 ‘캠퍼스 최고경영자(Campus CEO)’라는 교양과목을 개설해 창업이론과 실전을 가르치고 있다.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기업가를 만나 노하우를 배운다. 수업마다 엔터테인먼트사, 앱 개발업체 등의 대표가 학생들과 창업 아이디어를 논의한다. 또 창업이 아이디어에서 그치지 않도록 매년 창업경진대회를 열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서울시에서 우수성을 인정받아 2012년부터 창조인력양성사업으로 서울 주요 대학에 보급되기도 했다.

염 총장은 총 38개 컨테이너로 구성되는 ‘개척마을’을 설치해 학생들의 창업을 도울 계획이다. 염 총장은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등의 신화는 차고에서 출발했는데, 문화와 형편이 달라 자신만의 차고가 없는 우리 젊은 창업자들에게는 도전하고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이 절실하다”며 “개척마을은 자신의 미래를 개척할 젊은이들의 베이스캠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구조개혁에 대해 염 총장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 입학정원 감축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정부 주도의 평가를 통해 대책을 대학들에 떠맡기는 형태로 진행되는 것에는 대학들의 반발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각 대학들이 미래지향적인 대학경쟁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대학의 자율적인 개혁을 통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염 총장은 고려대의 인재상으로 ‘개척하는 지성’을 꼽았다. 그는 “거친 광야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무한한 가능성으로 개척해 내는 지성이 우리가 바라는 인재”라며 “고려대 졸업장은 소중한 명예지만 고려대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혜택은 시대를 읽어내고 미래를 준비해 개척하는 지성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총장#대학을 바꾼다#고려대학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