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불목… 백화점 세일-회식도 목요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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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현대 신세계 갤러리아 등 전국 주요 백화점이 31일부터 정기세일을 목요일에 시작한다. 국내 백화점들이 정기세일의 첫날을 목요일로 삼은 것은 국내 백화점 86년 역사(1930년 최초의 근대식 백화점인 미쓰코시 백화점 경성점 개관)상 처음이다.

2002년 금융권에서부터 시작돼 2012년 각 학교로 전면 확대된 주5일 근무제의 영향으로 주말을 앞둔 금요일의 개념이 목요일로 하루 앞당겨졌기 때문이다. 불타는 금요일이란 뜻의 ‘불금’이란 말 대신 불타는 목요일의 ‘불목’이 점점 사용되고 있다.

○ 백화점 정기세일도 목요일부터

‘불목’에 불을 지핀 것은 고객의 소비 패턴에 민감한 백화점들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업계 최초로 1월 21일 목요일부터 설 명절 행사를 시작했다. 1969년 직영백화점 출범 기념으로 첫 세일 행사를 한 이래 47년간 금요일에 대형 행사를 시작했던 관행을 목요일로 바꾼 것이다.

다른 백화점들도 일제히 동참하고 나섰다. 신세계를 비롯해 롯데, 현대, 갤러리아 등 전국 주요 백화점은 이번 봄 정기세일부터는 일제히 목요일(31일)부터 세일을 시작한다. 이 백화점들은 지금까지 대부분 금요일부터 정기세일을 시작했다.

백화점들이 목요일로 정기세일 시작 날짜를 하루 앞당긴 것은 대부분의 소비자가 이제 토요일이 아닌 금요일부터를 주말로 여기기 때문이다. 주5일 근무제가 정착된 미국에서는 색스피프스애버뉴 백화점 등이 일찌감치 목요일부터 세일을 시작했다.

정기세일에 참여하는 브랜드들도 목요일부터 세일을 시작하는 것을 원한다. 예전 같으면 세일 첫날인 금요일에 물건을 보고 주말에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목요일에 쇼핑을 하고 금요일부터는 가족, 친구들과 여행을 즐기거나 레저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 세일 기간은 참여 브랜드들이 원하는 날짜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 봄 정기세일에 참여하는 브랜드(750개) 대부분이 목요일부터 세일이 시작되길 원했다”고 밝혔다.

○ 회사 회식도 술집도 목요일에 문전성시

유통업계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목요일 저녁에 회식을 하는 회사가 부쩍 많아졌다. 금요일 저녁에 회식을 잡으면 센스가 없고 부하 직원을 생각하지 않는 상사로 꼽히기 십상이다. 서울 여의도 증권회사에서 근무하는 5년 차 직장인 김모 씨(31)는 “입사할 때만 하더라도 금요일 저녁에 부서 회식이 잦았는데 최근에는 목요일 저녁에 회의도 하고 회식도 한다”며 “여의도 근처 음식점만 하더라도 금요일 저녁보다는 목요일 저녁에 단체손님으로 더 붐빈다”고 말했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가족과 보내는 시간, 자기 계발에 쓰는 시간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금요일 저녁 늦게까지 술을 마신 후 토요일 반나절을 날리는 게 아깝다는 것이 요즘 직장인들의 생각이다.

‘불목’을 겨냥한 여행상품도 나왔다. 여행전문사 노랑풍선은 목요일 저녁에 출발하는 상품을 내놨다. 목요일 오후 8시 15분에 일본 도쿄로 출발해 일요일 오전 11시 15분에 서울로 돌아온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월차로 금요일 하루만 휴가를 내도 사흘을 쉴 수 있어 일본이나 중국 등으로 해외여행을 떠나는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일요일 3일간 주말여행을 소개하는 여행 서적도 많이 나오고 있다.

과거엔 영화관들이 금, 토요일에 신작을 개봉했지만 지금은 신작의 95%가 목요일에 개봉하고 있다. 목요일이 공휴일이면 수요일에 개봉하기도 한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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