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행복도시락 사업 10년…결식아동에겐 식사를, 취약계층에겐 일자리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1일 16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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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을 배달할 땐 문고리에 걸어놓아요. 아이들이 (배달자를) 직접 만나는 걸 부끄러워하거든요.”

11일 대전 대덕구 송천로 행복도시락 대전대덕센터. 익명을 요구한 센터 직원(71)이 하얀 모자와 마스크, 장갑을 끼고 도시락 뚜껑을 덮으며 말했다. 이날 반찬은 생선과 겉절이, 순두부와 김치 등 4개. 동료 직원 4명이 도시락통에 반찬을 담아 전달하자 그는 뚜껑을 덮어 커다란 박스에 담았다. 그는 도시락 54개를 차에 싣고 결식아동들의 집으로 향하며 말했다.

“나이도 많은데 저를 채용해준 게 고맙죠. 젊은 사람들과 일하니 저도 젊어진 것 같아요.”

● 결식아동에겐 도시락, 취약계층에겐 일자리

‘행복도시락(행복을 나누는 도시락)’은 SK그룹이 결식아동에게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2006년 3월 시작한 사업. 올해로 10년을 맞았다. SK가 그해 6월 출범시킨 행복나눔재단의 대표 사업이기도 하다. 전국에 산재한 행복도시락 센터 26곳은 취약계층이 일을 통해 자립하는 ‘사회적 기업’ 형태로 운영된다. 채용 인원 400명 중 73%가 경력단절여성, 노인 등 취약계층이다.

대전대덕센터는 과거 ‘자매분식’이라는 영세한 도시락 업체였다. 직원 예닐곱 명이 하루에 도시락 120여개를 만들어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공공급식에 납품하는 게 고작이었다. 하지만 2006년 행복도시락 사업 업체에 선정되며 변화가 시작됐다. SK는 물품과 운영비 일부를 지원하는 한편 각종 교육과 관리를 제공했다. 덕분에 센터는 도시락사업에 대한 노하우를 쌓으며 공급처를 늘릴 수 있었다. 지금은 직원 11명이 하루에 도시락 2000개도 만든다.

센터 직원 최미숙 씨(가명·54·여)는 2007년 일을 시작할 당시 신용불량자였다. 하지만 도시락을 배달하면서 월급을 모아 빚을 갚았다. 본인 명의로 된 임대아파트도 마련했다. 올해엔 처음으로 신용카드를 만들었다. 최 씨는 “도시락을 줄 땐 기분이 짱”이라며 웃었다.

지난해 대전대덕센터는 9억3000만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한경이 행복도시락 대전대덕센터장(45·여)은 “직원들이 일을 통해 태도가 긍정적으로 변했다”며 “취약계층에게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제공하고 나눔을 실천할 수 있어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 도시락사업 토대로 확대된 사회공헌사업


행복도시락이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배달한 도시락은 총 3130만 개. 서울시민이 하루 세끼 식사를 할 수 있는 분량이다. 행복나눔재단은 지금까지 행복도시락에 총 150억 원가량을 투자했다. 전국 행복도시락 센터는 지난해 총 24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동생인 기원 씨가 맡고 있다. SK그룹은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일자리도 창출하고 수익구조도 갖춘 사회적기업의 육성에 관심을 갖고 지원해왔다. SK는 행복나눔재단을 통해 사회적기업을 발굴·육성하는 한 편 SK가 수강료를 전액 지원하는 KAIST 사회적기업가 경영학석사(MBA) 과정도 개설했다.

행복나눔재단은 행복도시락을 토대로 사회공헌사업의 첫 발걸음을 내딛은 뒤 전문 직업교육 프로그램 ‘SK뉴스쿨’, 대학생 자원봉사단 ‘써니’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왔다.

임성식 SK 행복나눔재단 교육문화본부장은 “앞으로도 ‘스스로 만드는 행복’과 ‘함께 성장하는 행복’의 가치를 위해 지속가능한 사회공헌 모델을 개발해 사회문제 해결과 긍정적인 사회 변화에 대한 혁신적인 대안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전=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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