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수저’ 키워낸 교육사다리

  • 동아일보

삼성, 중학생에 과외봉사 ‘드림클래스’ 4년만에 첫 대학생-직장인 배출

‘드림클래스’의 지원을 받아 서강대 중국문화학과에 입학한 박미희 씨(왼쪽 사진)와 삼성전자 DS부문에 입사한 김한결 씨. 삼성그룹 제공
‘드림클래스’의 지원을 받아 서강대 중국문화학과에 입학한 박미희 씨(왼쪽 사진)와 삼성전자 DS부문에 입사한 김한결 씨. 삼성그룹 제공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경우는 없다는 ‘흙수저론’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보여주는 사연들도 적지 않다. “받은 만큼 꼭 갚겠다”는 스무 살 동갑내기 삼성 ‘드림클래스’ 1기 출신 두 사람의 얘기도 그렇다.

드림클래스는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교육을 받기 힘든 중학생에게 ‘교육 사다리’를 놔줘 교육의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겠다며 삼성그룹이 2012년 3월부터 시작한 사회공헌사업이다. 대상 중학생들에게 대학생 강사들이 방과 후 영어와 수학을 가르쳐주고 삼성이 장학금을 지원한다. 올해로 4주년을 맞는 드림클래스는 4년 전 중학교 3학년이었던 1기생들을 대학생과 직장인으로 성장시키는 첫 성과를 냈다.

2012년 서울 당곡중 3학년 시절 1년 동안 드림클래스에 참여했던 박미희 씨(19·여)는 명덕외고 중국어과를 졸업한 뒤 올해 3월 서강대 중국문화학과에 입학했다.

박 씨는 어머니가 중국 동포다. 어려운 가정형편에 맞벌이하는 부모님과 네 살 때 떨어져 초등학교까지 중국 선양(瀋陽) 외갓집에서 지냈다. 한국에 돌아왔을 땐 우리말도 서툴러서 특목고 진학은 생각조차 못 했다. 박 씨는 “드림클래스에서 서울대생 선생님을 만나고 롤모델이란 게 처음 생겼다”며 “그때부터 조금씩 더 큰 꿈을 꾸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만만치 않은 외고 학비는 드림클래스 출신에게 주어지는 ‘꿈장학금’으로 부담을 덜었다. 박 씨는 장학금을 받기까지의 치열했던 과정도 결과적으로 대학 입시에 큰 도움이 됐다고 긍정적으로 해석한다. 자기계발 장학금을 어떻게 사용할지 계획서를 쓰고 재단 관계자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했던 경험이 대학 입시 때 자기소개서를 쓰고 면접을 보는 것과 비슷했다고 했다. 박 씨의 롤모델이었던 강사 김은영 씨(25·여)는 올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입사했다. 이들은 얼마 전 사제 간 ‘겹경사’를 축하하기 위한 조촐한 잔치를 벌였다.

박 씨가 서울에서 꿈을 키우던 2012년 3월 경남 창원시 남산중에선 김한결 씨(19)가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했다. 중학교 1학년 때 부모의 이혼으로 잠시 방황도 했다는 김 씨는 일찍 철이 들었다. “여동생 공부는 내 돈으로 시키겠다”는 야무진 생각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영어와 수학 같은 기초과목은 성적이 쉽게 오르질 않았다.

김 씨는 “국가 생활보조금으로 사는 형편이어서 과외나 학원 같은 사교육은 꿈도 못 꿨다”며 “드림클래스를 통해 단순히 성적을 올리는 게 아니라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배운 게 가장 좋았다”고 밝혔다. 6개월 만에 하위권이었던 성적을 전교 39등까지 올린 김 씨는 마이스터고인 경남 거제공고에 입학해 지난해 7월 삼성전자 부품(DS)부문에 입사했다. 그는 이달 초부터 삼성전자 기흥·화성 사업장에서 신입사원 교육을 받고 있다. 이들은 드림클래스와의 인연을 앞으로도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박 씨는 올해 드림클래스 대학생 강사 모집에 지원하기로 했다. 김 씨는 올해 중학교 3학년이 된 여동생에게 드림클래스 참여를 적극 제안할 계획이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드림클래스#삼성#흙수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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