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집에 안 계실 때…’ 성교육 표준안 지도서 대폭 수정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6일 17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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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성차별, 인권 침해 등의 논란을 빚었던 ‘성교육 표준안’에 따른 교사 지도서를 수정해 시행에 들어갔다.

5일 교육부의 학교성교육 표준안 교사용 지도서 수정대조표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에 사용된 초·중·고교 지도서 중 150곳이 수정됐다. 이는 지도서가 남성의 성적 욕망을 정당화하고, 성폭력의 책임을 여성에게 돌리는 등 성차별적 인식을 담고 있다는 일부 시민단체의 지적에 따른 것이다.

초등학교 3~4학년 지도서 중 ‘성별에 따른 가족 구성원의 역할과 중요성’ 부분을 설명할 때 원안에서는 아빠는 못 박기, 전구갈이 등을 하고 엄마는 음식 만들기와 옷장 정리 등을 하는 등 성별에 따라 역할을 규정했다. 하지만 수정본은 “각 가정의 상황에 따라 어떤 구성원이 어떤 일을 더 잘할 수 있을지 다르다”며 성별 역할을 나누지 않았다.

중학교 지도서는 65곳이 수정돼 변화가 가장 많았다. ‘성과 관련된 거절 의사 표현을 분명히 하지 않았을 때 성폭력, 임신, 성병 등 성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은 ‘적절하지 않은 서술’이라는 이유로 삭제됐다. 또 성폭력 대처 방법으로 ‘이성친구와 단둘이 집에 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는 표현은 ‘부모님이 안 계실 때는 허락 없이 이성 친구를 초대하지 않는다’는 표현으로 대체됐다.

고등학교 지도서는 건강한 자녀 출산이 여성만의 책임으로 규정한 듯한 부분이 수정됐다. ‘인간의 건강은 자궁에서 결정된다’ ‘임신 전부터 자궁 관리가 중요하다’ 등의 내용은 부부가 함께 임신을 계획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아버지는 금연 금주를 하고 어머니는 적당한 운동과 균형 잡힌 식사를 한다’는 식으로 교체 서술됐다. 또 ‘대부분의 경우 여성은 특정 남성에게만 성적으로 반응하는 데 비해 남성은 성적으로 매력적인 여성들과 널리 성교할 수 있다’는 부분은 청소년들에게 편견을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로 삭제됐다.

하지만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아동 청소년의 현실을 외면하고 성에 대한 보수적인 인식을 강조하는 표준안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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