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시대, 사회통합과 발전을 위한 한국어 교육의 역할과 방향

  • 에듀동아
  • 입력 2016년 2월 15일 10시 12분



토요일 오후 학생들과 봉사차 찾는 이태원의 좁은 골목길. 마을버스와 자가용이 지나다니는 사이로 다양한 피부색의 아이들이 뛰어 다닌다.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아프가니스탄에서 부모님을 따라 낯선 땅으로 건너온 아이들. 한국 사람, 한국 음식에 조금씩 적응해가고 있지만, 여전히 학교 생활과 수업은 따라 가기가 힘들다. 이제 겨우 한글을 더듬더듬 읽고 덧셈뺄셈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분수의 곱셈과 나눗셈을 하고 한국의 역사와 문학 작품을 읽는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수업을 가까스로 버티면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중학교 진학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대부분 학업을 중단하게 된다.

한국은 이미 다문화시대로 접어들었다. 국제결혼에 의해 형성된 다문화가족뿐만 아니라 온 가족이 한국으로 이주해 온 이민가족들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나마 다문화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한국 가족의 도움으로 한국 사회에 적응하고 한국어를 활용하는 데 그리 큰 어려움을 겪지 않지만, 중도입국 자녀들은 모국에서 이미 사회화가 이루어진 상태이므로 한국 사회와 문화에 쉽게 적응하기가 어렵다. 또한 중도입국 청소년들은 다문화가족지원법의 지원 대상에서도 제외되기 때문에 적절한 양육이나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도 법적 제재나 보호도 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

낯선 환경, 낯선 언어, 낯선 수업 방식에 적응하는 것은 오롯이 아이들의 몫이다. 스스로 한국의 수업과 학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그들의 교육은 거기서 끝나게 된다. 이들을 돕는 자원봉사단체나 NGO단체들이 있기는 하지만 일주일에 한두 시간 자원봉사자들로부터 제공받는 한국어 수업은 그들이 한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하고 학교 수업을 따라가는 데 턱없이 부족하다. 그리고 앞으로 자신의 재능을 살려 이 사회에서 하나의 역할을 감당하며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는 사람이 없어 그들은 항상 불안하다.

양국의 문화와 언어에 능숙하며 독특한 경험을 가진 이 아이들을 제대로 교육할 경우, 우리 사회에서 분명, 경쟁력 있는 인재로 키울 수 있다. 저출산으로 인한 노동력의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인적 자원이기도 하다. 반면 이들을 방치할 경우 한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향후 사회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어 이들에 대한 관리와 교육은 매우 중요하다.

경기도 교육청에서 중도입국 자녀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학교 내 ‘한국어 교실’ 운영과 다문화 및 중도입국 자녀의 공교육 적응을 지원하는 ‘다문화 예비학교’는 그 중 반가운 소식이다. 뿐만 아니라 여러 지자체에서 다문화 가정과 중도입국 자녀를 대상으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고 학교 적응을 도우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이 생겨나고 있다.

이와 같이 이제는 중도입국 자녀들의 문제를 개인이나 봉사단체의 영역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공교육으로 편입시켜야 한다. 방과 후 수업을 통해서 한국어 교육과 학교 수업을 보충해 주고, 진학을 위한 준비를 비롯하여 다양한 방면으로의 진로, 기술 교육의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전문적인 한국어 교사와 상담사를 학교 기관에 배치하여 지속적인 교육과 상담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아이들도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꿈을 펼치며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 주어야 한다. 이것은 우리 사회의 통합과 발전을 위한 가장 기초적이고도 효율적인 투자이다.

세종사이버대학교 한국어학과 이은경 교수
세종사이버대학교 한국어학과 이은경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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