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스폰서’ 일반인에도 은밀한 제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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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 셀카 올린 여성 겨냥… 일대일 쪽지로 유혹
아이디 수시로 바꾸며 익명성 악용
해외에 본사… 범인 추적 힘들어

“하루 만나는 데 1000만 원 줄게. 아우디 위에 현금 보이지?”

긴 생머리에 예쁜 얼굴, 엉덩이가 쫙 달라붙는 운동복을 입고 찍은 셀카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즐겨 올렸던 30대 여성 김모 씨는 최근 황당한 메시지를 받았다. 인스타그램의 DM(일대일 쪽지)을 통해 모르는 남자로부터 일명 ‘스폰서’ 제의를 받은 것이다. 외제 자동차 라디에이터 그릴에 박힌 엠블럼 위에 현금을 올려두고 찍은 사진도 첨부됐다.

걸그룹 타히티의 지수가 인스타그램 DM으로 ‘한 타임당 400만 원’ 스폰서 제의를 받았다고 밝혀 논란이 된 가운데 최근에는 연예인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성(性) 스폰서’ 문화가 퍼지고 있다. 스폰서는 주로 금전을 주고 성관계를 요구하는 돈 많은 남성을 일컫는다. 기존에는 유·무명 배우나 가수, 연예인 지망생을 대상으로 암암리에 행해졌지만 최근엔 인스타그램을 통해 일반인에게까지 대상이 확대되는 추세다.

아이디 bygr**는 6일 “청담동 오피스텔에서 살게 해준다며 DM으로 스폰 제의를 받았다”며 DM 대화 내용을 캡처한 사진을 올렸다. 현모 씨(27·여)는 “팔로어가 1000명이 넘는데 하루에 스폰하겠다는 DM만 20통을 받는다. 정신병에 걸릴 것 같아 무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인에게 ‘은밀한 거래’가 가능한 이유는 인스타그램의 익명성과 휘발성 때문이다. 별도의 인증 절차 없이 아이디와 e메일, 비밀번호만 설정하면 쉽게 가입되는 인스타그램은 익명성이 보장된다. 게다가 아이디를 수시로 바꿀 수 있어 ‘스폰’을 제안하는 사람이 문제가 될 경우 아이디를 바꾸면 찾을 수 없다. 또 DM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아 은밀한 대화가 가능하다. 인스타그램이 기존의 SNS처럼 문자 기반이 아닌 사진 기반이라 성적인 제안에 노출되기도 쉽다. 예쁜 얼굴과 몸매를 찍은 셀카를 올리는 여성, 노출이 있는 운동복을 입고 운동하는 모습을 찍어 올리는 ‘운동녀’들에게 스폰 제안 DM이 끊이지 않고 있는 이유다.

타히티 지수의 소속사는 13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고소장을 냈지만 사실상 범인을 찾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인스타그램이 해외에 본사를 두고 있어 사용자 개인정보 및 DM 내용을 알 길이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인스타그램이 범죄에 악용될 수 있어 해당 국가의 사법기관과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sns#성스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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