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 ‘효도MP3’ 따라 흥얼흥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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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원이면 1000곡 담긴 칩 구매… “내 삶의 활력소라고 전해라”
60대 70%는 모바일 메신저 이용

23일 서울 종로구 종묘 벼룩시장의 한 가판대 위에 스마트폰과 MP3플레이어 등이 놓여 있다. 유승진 채널A 기자 promotion@donga.com
23일 서울 종로구 종묘 벼룩시장의 한 가판대 위에 스마트폰과 MP3플레이어 등이 놓여 있다. 유승진 채널A 기자 promotion@donga.com
“70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할 일이 아직 남아 못 간다고 전해라∼.”

22일 서울 종로구 종로4가 한 오디오 매장에서 흘러나오는 가수 이애란 씨의 노래 ‘100세 인생’을 들으며 김용규 씨(70)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김 씨는 노래 가사가 자신의 인생뿐 아니라 세상사 이치를 담고 있다며 감탄했다. 김 씨의 손에는 일명 ‘효도MP3’라 불리는 MP3플레이어가 들려 있었다. 한 달 전 구매한 MP3플레이어는 9년째 뇌중풍(뇌졸중)을 앓아 거동이 불편한 김 씨에게 어디를 가든 함께하는 ‘동반자’가 됐다. 김 씨는 “이걸로 음악을 벗 삼아 살면서 처음 뇌중풍에 걸렸을 때보다 마비 증상도 나아지고 훨씬 건강해졌다”며 “이걸 듣고 있으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참 즐겁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이나 MP3플레이어와 같은 전자기기들이 노년층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MP3플레이어는 ‘효도MP3’라 불릴 만큼 적적한 노인들의 오락거리로 애용되고 있다. 22, 23일 서울 종로구 종로4가와 동묘 앞 일대 오디오 가게들에서는 MP3플레이어와 수천 곡의 노래를 담은 메모리칩을 구매하려는 노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평소 우울증과 불면증으로 속앓이를 해온 이모 씨(78·여)도 효도MP3를 접한 뒤 활력을 되찾고 있다. 원하는 노래가 1000곡 넘게 들어있는 2만∼3만 원짜리 칩을 구매해 몇 달 동안 반복해서 듣는다. 이 씨는 “장윤정이랑 김용임 노래를 특히 좋아하는데 이걸 듣다 보면 밤에 잠도 잘 온다”며 “요새는 만나는 사람마다 권하고 친한 사람들한테는 MP3를 선물로 주기도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노인들의 전자기기 활용이 긍정적인 삶의 활력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배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예전 대가족 체제와 달리 홀로 지내는 노인이 많아지면서 스마트폰이나 MP3플레이어 등이 단순한 오락거리 이상으로 정서적으로 채워주는 부분도 상당하다”며 “젊은 세대가 쓰는 기기를 사용하면서 소통도 확대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인들이 카카오톡으로 사진을 서로 공유하고 모임 약속을 잡는 것도 이제 흔한 장면이 됐다. 국내 60대 10명 중 7명은 카카오톡, 라인, 네이트온 등 모바일 메신저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은 30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15 인터넷 이용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최근 전국 2만5000가구의 만 3세 이상 가구원 6만3218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조사 결과 만 3세 이상 한국인의 인터넷 이용률은 85.1%로 지난해 조사 때보다 1.5%포인트 높아졌다. 인터넷 이용자 수는 4194만 명으로 전년 대비 82만2000명 늘었다. 특히 60대의 메신저 이용률은 지난해 62.6%에서 올해 72.3%로 크게 높아졌다.

권오혁 hyuk@donga.com·곽도영 기자
#효도mp3#어르신#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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