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 6가지 요인 충족하면 노조동의 없이 가능”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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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규칙-일반해고 지침 초안 공개]
2대 지침 초안 Q&A

3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인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변경 지침 관련 전문가 좌담회에서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왼쪽)이 정부안(초안)을 설명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3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인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변경 지침 관련 전문가 좌담회에서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왼쪽)이 정부안(초안)을 설명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 “괴물을 만든 게 아니다. 판례에 입각한 엄격한 기준과 절차를 만들어 노사가 참고할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노동개혁의 핵심 쟁점인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에 대한 정부 지침 초안이 30일 전문가 좌담회 형식을 통해 공개됐다. 고용노동부는 “임금감액률 등이 사회통념상 합리적이라면 노조의 동의 없이 취업규칙 변경만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 있으며 공정한 인사평가를 전제로 한 저(低)성과자 해고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2대 지침이 노동계가 우려하는 쉬운 해고의 칼 같은 ‘괴물’이 될지, ‘신호등’이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부 지침은 법적 효력이 없어 소송이 붙을 경우 과거 통상임금 지침처럼 법원에서 뒤집어지는 혼란이 반복될 소지가 여전해 최종안 협의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초안의 주요 내용을 Q&A로 정리했다. 》

Q.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방법은….


A. 먼저 노사 합의로 단체협약을 개정해 도입할 수 있다. 주로 노조가 있는 대기업, 공공기관이 해당된다. 지난달 말 현재 30대 기업 계열사 378곳 중 212곳(56.1%)이 노사 합의로 도입했다. 그러나 노조가 없다면 사측이 취업규칙을 변경해 도입할 수도 있다. 다만 현행법상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려면 노조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Q. 임금피크제는 근로자에게 불이익인가.

A. ‘임금이 감소되기 때문에 불이익이다’란 노동계와 ‘정년이 60세로 연장되기 때문에 불이익이 아니다’란 경영계의 주장이 엇갈려 왔지만 정부는 불이익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정년 연장과 임금은 별개의 근로조건이고,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임금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Q. 노조가 없는 중소기업이 취업규칙 변경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려면….

A. 대법원 판례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면 노조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 없이도 가능하다고 인정한다. 정부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의 기준을 6가지로 제시했다. 규칙 변경의 필요성이 있어야 하고 근로자와 충분히 협의해야 하며 임금을 너무 많이 깎으면 안 된다. 또 근로시간 단축 등 기타 근로조건의 개선 여부를 따져봐야 하고, 동종 업계가 평균적으로 얼마나 임금을 깎았는지도 기준이 된다. 이런 조건이 충족된다면 노조의 동의 없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해도 불법은 아니라고 정부는 판단했다.

Q. 우리 회사는 상대평가다. 성적이 꼴찌면 무조건 해고당하는 건가.

A.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가 정당성을 갖추려면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 제도를 갖춰야 한다. 정부는 평가 제도를 만드는 단계부터 근로자 대표, 노조 등이 참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절대평가로 평가하되 불가피한 경우에만 상대평가를 반영해야 공정한 평가로 인정받을 수 있다. 평가에 대한 근로자의 이의 제기 절차도 필수적이다.

Q. 지침 초안이 바로 현장에 적용되는가.

A. 9·15 노사정 대타협에 따라 정부가 일방적으로 시행할 수 없다. 노사 협의를 거쳐 최종안이 나와야 한다. 노동계는 일반해고 자체를 반대하고, 경영계도 기준이 너무 깐깐하다고 주장해 협의가 쉽지 않다. 좌담회에 참석한 기영석 변호사(법무법인 세종)도 “양쪽에서 모두 불만을 가질 수 있는 지침”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지침 초안이 제시됐으니 이제는 노동계도 협의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노동계가 무조건 협의를 거부하고 대안마저 제시하지 않는다면 정부가 초안을 그대로 시행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지만 노사정 합의 파기에 따른 부담이 너무 크다.

Q. 법을 개정하지 않고 지침을 만든 이유는….

A. 지침이란 공무원들이 참고하는 일종의 ‘가이드북’일 뿐 법적 효력은 없다. 과거에도 정부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지침을 운영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고, 정부만 믿고 임금체계를 운영하던 기업들은 큰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2대 지침 역시 노조가 불복해 소송을 낼 수도 있고, 법원이 지침을 뒤집는 판결을 내릴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독일 등 선진국처럼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는 게 가장 확실하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물론이고 전문가들도 법을 개정하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노동개혁의 시급성과 국회통과 절차 등을 우려한 정부가 뜻을 굽히지 않자 노사정은 결국 지침을 만들되 법 개정은 장기 과제로 미루기로 합의했다. 김성수 변호사(법무법인 지평)는 좌담회에서 “2대 지침이 법원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기업이 함부로 사용하면 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임금피크제#노조동의#사회통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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