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피해 소녀 “아빠를 혼내 주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가정복귀 거부… 빈혈-간염 등 회복중
12월말 퇴원… 위탁가정 모색

“(아버지의) 처벌을 원해요.”

아버지와 동거녀 등으로부터 감금과 폭행을 당하다 12일 탈출한 A 양(11)은 이들의 처벌을 분명히 원하고 있었다.

장화정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장은 22일 브리핑을 열어 “아빠가 처벌을 받기 원하느냐는 질문에 아이는 ‘네’라고 정확히 대답했다. ‘아버지의 처벌을 원한다’고 또렷하게 이야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A 양은 인천 나사렛국제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장 관장은 “발견 당시 16kg이었던 체중이 현재 20kg까지 늘었다”고 전했다. 빈혈과 간염 등의 증세도 있었지만 거의 회복됐다. 하지만 오랜 기간 굶주린 탓에 음식에 집착을 보이고 있다.

A 양은 올해 말쯤 퇴원해 전문센터에서 심리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그러나 A 양은 원래 가정으로의 복귀를 거부하고 있다. 장 관장은 “아이에게 맞는 위탁가정을 찾을 수 있도록 신중하게 알아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A 양 사연이 알려지면서 아동복지관과 시민단체 등에는 성금과 옷 간식 학용품 등 후원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아버지와 동거녀 B 씨(35), 동거녀의 친구 C 씨(36)는 A 양의 탈출을 막기 위해 교대로 감시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A 양은 경기 부천시에 살던 2012년 2학년 1학기를 끝으로 학교에 가지 못한 채 B 씨에게 매를 맞기 시작했다. 온라인 게임에 빠진 A 양의 아버지는 B 씨가 벌어오는 돈에 의지해 살고 있어 폭행 사실을 알고도 외면했다.

2013년 A 양 아버지는 주식 실패 등으로 사채까지 빌리는 등 빚에 쪼들리다가 인천 연수구로 도망치듯 몰래 이사했다. 전입신고도 하지 않아 A 양의 존재는 주민센터나 학교에서 전혀 파악할 수 없었다. 이사 온 뒤 아버지까지 딸에게 손을 대기 시작했다. 빌라 보증금을 내는 조건으로 함께 살게 된 C 씨는 처음엔 폭행을 말렸으나 나중에는 뚜렷한 이유 없이 폭력에 가담했다.

폭행과 굶주림에 A 양의 몸이 갈수록 야위어가자 이들은 학대 사실이 이웃 등에게 알려질 것을 우려해 감시에 나섰다. 아버지가 어쩌다 외출하면 B 씨나 C 씨 중 1명은 반드시 남아 A 양의 탈출 시도를 막았다. 특히 C 씨는 12일 A 양이 탈출하기 전 “말을 듣지 않는다”며 A 양의 손목을 노끈으로 묶어 세탁실에 가두기까지 했다.

수사 초기 “훈육 차원에서 때린 것”이라고 말했던 아버지는 뒤늦게 “잘못했다”며 혐의를 인정했다. 경찰은 보강 수사를 거쳐 24일까지 이들을 인천지검에 송치할 계획이다.

인천=황금천 kchwang@donga.com / 김수연 기자
#학대#아동학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