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강원지역 대학생 2명중 1명 “性的피해 경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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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주 상지대 교수 557명 설문… 신체접촉 35%-성적 농담 24% 順
피해 학생 대부분 소극적으로 대처

강원도내 대학생 2명 중 1명꼴로 성적(性的)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강원대에서 강원대 양성평등성상담센터와 여교수회가 주관하고, 강원여성연대 주최로 열린 ‘강원지역 대학 내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 발표 및 토론회’에서 유은주 상지대 교양학부 외래교수는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유 교수팀이 올 5, 6월 도내 3개 4년제 대학 재학생 557명(남 261명, 여 29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265명(47.6%)이 11개 피해 유형 가운데 1개 이상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가벼운 신체접촉이 35.4%로 가장 많았고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품평, 별명 사용이 24.4%, 가벼운 성적 농담 23.9%, 음담패설 등 짙은 성적 농담 19.4%, 사생활에서의 성적 경험 등에 대한 공개적 질문 17.4%, 술자리 등에서 교수나 선배에게 술 따르기 강요 11.8% 순이었다. 원치 않는 성관계 강요나 심한 신체 접촉을 경험했다는 학생도 각각 0.9%와 6.3%로 조사됐다. 특히 여학생의 경우 11개 유형 가운데 9개 유형에서 남학생보다 높은 피해 정도를 보였다. 여학생 가운데 가벼운 신체 접촉을 경험했다는 응답자는 45.3%였고, 가벼운 성적 농담 32.1%,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품평, 별명 사용이 28.4%였다.

그러나 이 같은 성적 피해를 당한 학생의 상당수가 문제를 삼지 않고 지나쳐버리는 등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이 지난 1년간 ‘성희롱·성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 265명을 대상으로 발생 당시 대처 방식을 물어본 결과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고 한 학생은 25.7%에 불과했다. 대학 내 성희롱방지센터에 신고(0.8%), 학과나 동아리에 비공식적으로 알림(1.9%), 사법당국에 신고(0.4%), 주위에 피해 사실 알리고 도움 요청(1.1) 등을 포함해도 문제를 제기한 학생은 29.9%에 그쳤다.

학생들은 이처럼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이유로 성희롱의 경계가 애매해 증명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 관계를 망칠 것 같은 두려움, 불이익이나 공격을 당할까 하는 두려움, 튀지 않고 적당히 묻어가려는 심리 등을 꼽았다.

연구팀은 대학 내 성희롱·성폭력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교육관련법을 통한 처벌 강화, 총장 및 부총장 직속의 전담기구 설치, 성 평등 관련 교과목의 다양한 개설 및 정규 교양 필수화 추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나 모꼬지(MT) 등에서 예방교육 제도화, 교수들의 사회적 책무성 발휘 등을 제시했다.

유혜정 강원여성연대 상임대표는 “대학 내 성희롱·성폭력은 학생들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학생들의 학업과 성장뿐 아니라 대학 공동체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라며 “이번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대학이 민주적이고 성 평등한 사회로 변화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성적피해#신체접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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