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형광등 공장 철거 5명 수은중독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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光州서 2014년 3월 작업 2명 산재 신청
다른 3명도 건강진단서 증세 나타나… 환경청, 토양-수질 오염여부 조사

광주의 한 공장 지하실 배관 철거 작업에 관여한 근로자 등 5명이 수은중독 증세를 보여 관계 당국이 조사 중인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이 공장 주변에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있어 토양과 수질 오염 조사도 진행되고 있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올해 3월 23일부터 4월 20일까지 광주 광산구 하남산업단지 내 N공장 지하실 배관 철거 작업에 참여한 근로자 22명 중 유모 씨(55) 등 2명이 작업 중 수은에 중독됐다며 산재 보상을 신청했다고 28일 밝혔다. 유 씨 등 2명은 8, 9월 대학병원 두 곳에서 실시한 소변 검사 결과 체내에서 상당량의 수은이 검출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에 노동청은 유 씨 등 2명 외에 김모 씨(45) 등 배관 철거 작업에 참여했던 다른 인력 20명과 이 공장 근로자 25명 등 총 45명에 대해 임시건강진단명령을 내렸다. 김 씨는 “배관 철거 당시 은색 액체가 흘러 바닥에 흥건하게 고였다”며 “고통 때문에 하루에 2시간밖에 잠을 못 자고 있다”고 주장했다.

검사를 한 조선대병원 측은 28일 진단 대상 45명 중 3명이 급성 수은중독 증세를 보이고 있다는 소견을 냈다. 송한수 조선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수은이 통상 체내로 들어온 뒤 1, 2개월 내에 소변을 통해 배출되는 것을 감안하면 김 씨 등 3명이 상당한 수준의 수은에 노출된 것 같다”며 “구체적 체내 수은 수치는 29일 통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공장은 지난해 3월까지 형광등을 생산했다. 공장 지하실 배관은 공장 1층(2602m²) 형광등 생산 시설로 수은을 자동 주입하는 라인이었다. 공장 측은 철거업체에 배관에 수은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청의 한 관계자는 “다음 달까지 임시건강진단명령 대상자 45명에 대한 검진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노동청은 공장 관계자 등 6명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조사할 예정이다. 영산강유역환경청 등은 공장 주변에 아파트가 있어 토양이나 지하수 등을 통해 수은이 외부로 유출됐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윤충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과 교수는 “수은은 20도 정도에서도 기화가 되는데 고온작업까지 했다면 상황이 더 심각하다”며 “이번 사고가 최악의 수은중독 재해가 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형광등#수은중독#환경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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