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해적 물리친 영웅의 몰락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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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전 피랍선원 구출… 대통령 표창도
청해부대장 출신 해군준장 체포… “당시 급식비 빼돌려 진급로비 선물”
檢, 윗선수사 확대… 당사자는 “관행”

국방부는 20일 해군의 김모 준장이 해외 파병부대인 청해부대 부대장 시절 장병들의 급식비를 빼돌린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고 밝혔다. 특히 김 준장은 빼돌린 돈으로 밸런타인 30년산 양주 등을 구입해 자신의 장성 진급을 위한 로비용 선물로 상급자들에게 건넨 의혹을 받고 있다.

2012년 강감찬함 함장(대령)으로 청해부대 11진 부대장이던 김 준장이 당시 장병 급식비를 실제보다 많이 청구하는 방식으로 돈을 빼돌린 것으로 군 검찰은 보고 있다. 빼돌린 돈은 현재 군 검찰이 파악하고 있는 액수만 7000여만 원으로 알려졌다. 군 검찰은 김 준장이 급식비뿐 아니라 함정에 들어가는 유류비 중 일부도 개인 용도로 썼다는 정황도 포착해 구체적인 혐의 입증에 주력하고 있다. 김 준장은 청해부대장이던 2012년 12월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된 제미니호 선원의 구출 작전을 지휘하기도 했다. 싱가포르 선적 제미니호의 한국인 선원 4명은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됐다가 1년 7개월여 만에 석방 협상을 통해 풀려났고, 이 과정에서 청해부대 강감찬함은 한국인 선원들을 넘겨받는 작전을 수행했다. 김 준장은 이 작전으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현재 김 준장은 해군본부의 요직에서 근무하고 있다. 밸런타인 30년산 양주 진급 로비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국민의 세금을 자신의 진급을 위해 쓴 셈이다. 군 검찰은 이날 김 준장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누가 이 선물을 받았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준장은 “관행이었다”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김 준장이 말하는 관행이 귀국하면서 양주를 선물하는 것을 말하는 것인지, 돈을 빼돌린 것을 뜻하는지 명확하지 않아 수사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빼돌린 돈의 규모는 단순히 지인들에게 친목을 위해 선물을 주는 차원을 넘어설 정도로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해부대에서 관행적으로 돈을 빼돌렸다는 주장이 사실로 밝혀지면 군의 도덕적 해이 논란으로 번질 수도 있다. 해외 파병부대는 음식 재료를 현지 오퍼상으로부터 공급받는다. 이 과정에서 리베이트 등 비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군 검찰은 해군뿐 아니라 타 군의 해외 파병 부대에서도 이 같은 비리가 있는지 수사를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알려왔습니다]
본보 10월 21일자 ‘소말리아 해적 물리친 영웅의 몰락’ 기사, 10월 22일자 ‘장병 급식비 빼돌려 진급 로비하는 게 軍 관행인가’ 사설과 관련해 김모 준장은 자신이 급식비를 횡령하거나 전용을 지시한 사실이 없고, 장성 진급을 위한 로비용 선물로 발렌타인 30년산 양주를 구입한 적도 없을 뿐만 아니라 상급자들에게 건넨 사실이 없으며, 현재까지 군 검찰은 급식비 전용 혐의 외에는 기소하지 않았다고 알려 왔습니다. 또 김 준장은 유류비를 횡령하거나 개인적으로 사용한 사실이 없고, 군 검찰이 이 부분에 대하여는 문제삼은 바 전혀 없고, 급식비 횡령 혐의에 대하여 혐의사실을 부인하였을 뿐 ‘관행이었다’고 변명한 사실이 없으며, 오히려 청해부대장 재직시 유류비를 6억원 남짓 크게 절약하였고, 현재 급식비 횡령에 대한 군 검찰의 기소사실 전부에 대해 무죄를 다투고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내용은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국방부#진급로비#청해부대#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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