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억대 도박사이트로 2년만에 500억 챙겨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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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말레이시아 서버… 1만여명 베팅
한도 제한 없는 OTP-대포통장 사용… 경찰 13명 구속 “회원도 조사할 것”

이체 한도 제한이 없는 일회용 비밀번호(OTP) 생성기와 대포통장을 사용해 5000억 원대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일당이 적발됐다.

대구지방경찰청은 17일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개설해 운영한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 및 도박장 개장)로 정모 씨(27) 등 13명을 구속하고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경찰은 50만∼100만 원을 받고 OTP와 대포통장을 제공한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로 이모 씨(24) 등 43명을 입건해 수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정 씨 등은 2013년 2월부터 지난달까지 태국, 말레이시아에 서버를 두고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운영했다. 이 사이트에 가입한 회원 1만여 명은 1인당 최소 5000원에서 최고 100만 원까지 약 5000억 원을 송금했다. 이 중 4500억 원은 당첨금으로 지급됐고 나머지 500억 원가량은 정 씨 일당이 챙겼다.

지역 선후배 사이인 이들은 국내 총책과 해외 총책, 자금 관리, 회원 및 계좌 모집 등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태국 등 해외에 환전 사무실을, 부산과 경북 칠곡군에 회원 모집 및 자금 관리실을 운영했다.

특히 범죄 수익금을 이체할 때 OTP와 연계된 대포통장을 골라 사들여 이용했다. 일반 보안카드의 하루 이체 한도가 500만∼1000만 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수익금을 인출 전용 계좌에 분산 이체하고 2개월 정도 사용한 대포통장은 버리는 방식으로 경찰의 수사망을 피했다.

함께 적발된 이 씨 등은 통장과 OTP, 직불카드, 공인인증서가 들어 있는 휴대용 저장장치(USB 메모리)를 국제 택배로 정 씨 일당에게 전달했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으로 도박을 한 회원 1만여 명도 조사해 이용 금액에 따라 사법 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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