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시민불편 해결이 진정한 자치행정”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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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락·부산경남취재본부
정재락·부산경남취재본부
울산에는 유명한 불고기단지로 울주군 언양·봉계와 중구 태화동 2곳이 있다. 도심 외곽의 언양·봉계가 쇠고기 위주라면 도심의 태화동은 돼지고기 위주다. 태화동 불고기단지는 호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젊은층이 많이 찾는다. 이곳이 더욱 유명하게 된 것은 상호와는 별도로 식당마다 고유번호가 있기 때문이다.

울산 중구청은 2012년 3월 2130만 원을 들여 불고기단지 서쪽 지점인 옛 삼호교부터 동쪽 동강병원 주차장까지 2km 구간의 식당 100여 곳에 ‘번호간판’을 설치했다. 서쪽 처음이 1번, 동쪽 끝이 100번이다. 손님들이 식당을 쉽게 찾도록 한 조치다.

‘번호간판’이 설치된 이후 손님과 택시기사, 그리고 위치를 설명해야 하는 주인 모두 편리해졌다. 태화강대공원(53만여 m²)과 인접한 이곳은 번호간판 설치 이후 ‘만남의 장소’로 각광받으며 손님이 크게 늘었다.

일부 아쉬운 점도 남아있다. 불고기단지 앞 도로는 편도 1차로에 불과한데도 도로 한쪽에는 노상 주차장이 설치돼 있다. 별도의 보행자 통행로가 없다. 이 때문에 손님들은 주차된 차량 사이를 지나 운행하는 차량을 피해가며 식당으로 가야 한다. 울산 도심에서 가장 유명한 벚꽃터널인 이곳은 봄만 되면 관광객들과 차량이 뒤엉켜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해결책은 있다. 태화강변 쪽으로 친환경 목제덱을 설치하면 기존 주차장은 그대로인 채 보행자 안전도 보장되고 편리하다. 덱 설치 장소도 벚나무 가로수 밑이어서 환경도 훼손되지 않고 가로수를 덮고 있는 흙 유실도 막을 수 있다. 이미 태화강변 곳곳에는 보행자용 목제덱이 설치돼 있다. 지자체의 의지만 있다면 답이 무엇인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울산시의회 이성룡 의원은 “보행자 안전 등을 위해 태화동 불고기단지 앞에 목제덱을 설치해 줄 것을 울산시에 2, 3년 전부터 수차례 촉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번호간판’이라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울산의 명물을 만든 자치단체가 보행자도 보호하고 상권도 살릴 목제덱 설치를 머뭇거리는 이유가 궁금하다. 얼핏 사소한 문제로 보일 수 있지만 이 때문에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교통사고라도 난다면 태화동 불고기단지의 명성에 금이 갈 수 있다. 서양의 격언처럼 ‘악마는 항상 디테일(사소함)에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재락·부산경남취재본부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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