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피해자 눈물 닦아준 따뜻한 檢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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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잃은 남매에게 8100만원 등 2015년 1~7월 344명에 12억 지원
생계비-학자금에 심리치료도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막막했었는데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 것 같아요.”

고교생 송모 양(16)은 7월 인천지검 이기욱 피해자지원 법무담당관과 전무경 수사관에게 손으로 꾹꾹 눌러쓴 편지를 보냈다. 송 양은 1월 새아버지(50)가 불륜을 의심해 친어머니(42)를 자택에서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장면을 목격했고, 부모의 싸움을 말리다 흉기에 손가락을 다쳐 전치 8주의 부상을 입었다. 새아버지는 범행 직후 도주했다가 자살했다. 오빠(19)는 다른 범죄로 교도소에 수감된 상태라서 송 양은 여덟 살짜리 남동생과 덩그러니 세상에 남겨졌다.

졸지에 삶이 막막해진 송 양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건 검찰이었다. 인천지검(지검장 김진모)은 송 양의 치료비 전액과 유족 구조금, 생계비와 학자금, 부모 장례비 등 8100여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분양·임대하는 주택에 거주우선권도 보장해줬다. 어머니가 죽어가는 장면을 목격해 큰 충격을 받은 송 양과 남동생에게 심리치료를 지원하고, 살인이 벌어진 집도 말끔히 정리해주고 대한법률구조공단을 통해 송 양 외삼촌을 후견인으로 선정해주기도 했다. 송 양은 편지에 “친척들이 넉넉하게 사는 형편이 아니어서 도움을 청할 생각도 못했다”면서 “이번 일로 제 옆에서 굉장히 큰 게 사라졌지만 힘내서 잘 헤쳐 나가겠다”며 고마워했다.

송 양처럼 범죄로 전치 5주 이상 부상을 입었지만 가해자에게서 배상받지 못한 피해자는 3년 안에 전국 검찰청에 신청하면 심의를 거쳐 치료비와 생계비, 학자금과 장례비 등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대검찰청 강력부(부장 변찬우 검사장)는 1∼7월 범죄 피해자 344명에게 12억6398만 원을 지원했다고 18일 밝혔다.

범죄 피해자 지원제도에 아이돌 그룹 ‘인피니트’ 멤버 성종(23)도 힘을 보탰다. 성종은 평소 친분이 있던 변호사에게 제도를 소개받고 취지에 공감해 대검 홍보영상에 자발적 재능기부로 출연했다. 대검은 성종에게 감사패를 전달할 예정이다. 박지영 대검 피해자인권과장은 “더 많은 범죄 피해자가 실질적인 피해 회복을 할 수 있도록 올해 27억 원인 경제적 지원 예산을 점점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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