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때 나이 종교 물으면? 美선 소송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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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8월의 주제는 ‘國格’]<156>시시콜콜 사생활 캐묻기 그만

다음 중 미국에서 기업이 채용 면접을 할 때 지원자에게 해서는 안 되는 질문은 뭘까.

①미국 시민입니까 ②영어가 모국어인가요 ③생년월일이 어떻게 되나요 ④결혼했나요, 아니면 독신인가요 ⑤자녀가 있습니까(또는 앞으로 자녀를 가질 계획이 있나요) ⑥갑자기 야근을 해야 하거나 출장을 가게 되면 자녀를 맡길 데가 있나요 ⑦예전이든 최근이든 몸이 아프거나 수술을 받은 적이 있나요 ⑧사는 집에서 회사까지 얼마나 걸리나요 ⑨담배 피우나요 ⑩음주는 얼마나 하나요.

우리에겐 너무 익숙한 질문들처럼 보이지만 미국 법률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질문 10개 모두 해서는 안 되는 질문들이다. 이유는 직무와 관련 없는 프라이버시(사생활) 영역이거나 부당한 차별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질문들이기 때문이다. 한 미국 기업의 인사 담당자는 “채용 면접 질문은 직무에 맞는 자질과 능력을 갖췄는지를 파악하는 용도여야만 한다. 성별 나이 국적 종교 같은 다른 요소가 개입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만약 묻고 싶다면 ①번은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느냐’, ②번은 ‘당신이 능숙하게 읽고 쓰고 말할 수 있는 언어가 무엇이냐’고 바꿔 물어야 한다. 나머지 질문들도 △당신이 퇴근한 뒤 회사에 긴급 상황이 발생했는데 당신과 통화가 되지 않을 때 다른 사람을 통해 연락할 방법이 있느냐 △갑작스러운 야근이나 출장을 요구받을 수도 있는데 그것이 문제가 될 수 있느냐 △이 분야에서 당신의 중장기 목표가 뭐냐 △오전 8시부터 업무를 시작하는 데 어려움이 있느냐 등으로 물어야 차별 혐의로 소송을 당하는 불상사를 방지할 수 있다.

NH농협은행 뉴욕지점 엄을용 지점장은 “2013년 지점을 개설할 때 이런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는 데 상당한 신경을 써야 했다. 특히 채용 관련 질문 사항은 미국 변호사와 단어 하나까지 꼼꼼히 상의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미국 대학생들이 입사 지원용으로 작성하는 ‘자기소개서’에도 성별, 나이, 부모, 종교 등 사적(私的)인 내용은 들어 있지 않다. △지원 목적 △관련 전공 △관심 영역과 업무 능력 △연관 사회 경험 △리더십 관련 활동 등이 기재사항의 전부다.

한국계 미국인인 ‘싱글맘’ A 씨는 “미국에선 본인이 먼저 얘기를 꺼내지 않는 한 가족관계를 묻지 않는 게 상식이자 예의인데 한국 사람들은 대화를 시작하면 ‘남편은 뭐 하느냐’ ‘아이는 몇 살이냐’ 같은 질문을 아무렇게나 막 던져 당혹스러웠던 적이 있다”고 했다.

한국 문화도 많이 바뀌어가고 있지만 남에 대한 지나친 관심이 무례 차원을 넘어 비교나 차별의 근거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이제 글로벌스탠더드(국제 기준)는 ‘인간관계’에도 적용되는 시대이니 말이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채용#사생활#캐묻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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