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로 숨진 버스기사의 유족에게 회사 측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2단독 정회일 판사는 고속버스 운전기사로 일하다 과로로 숨진 A 씨의 유족이 회사를 상대로 낸 1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회사는 총 36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정 판사는 “A 씨는 동료 근로자에 비해 근무 일수 및 시간이 많았다”며 “심야운행을 하는 등 과중한 업무를 부담하고 있었던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고혈압, 당뇨 등 지병이 있던 A 씨에게는 과중한 운전 업무가 다른 사람보다 더 큰 심적 부담과 스트레스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육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의 누적에 따른 심근경색으로 사망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판사는 “회사는 근로자에게 충분한 휴식을 보장하고 업무 부담을 경감하는 적절한 조치를 강구할 보호 의무가 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A 씨는 스스로 건강상태를 살피고 과중한 업무 지시를 받으면 사용자에게 자신의 상태를 적극 알리는 등 건강을 도모했어야 함에도 별다른 조치 없이 연장근무를 계속한 정황이 있다”며 회사의 책임을 30%로 제한했다.
10여 년간 고속버스 회사에서 운전기사로 일해 온 A 씨는 2009년 1월 서울에서 대구까지 고속버스 운행을 마치고 새벽 5시30분쯤 집에 들어와 잠을 잔 뒤 정오쯤 외출했다가 갑자기 쓰러져 숨졌다. 이 회사 단체협약에는 승무직 근로자에게 원칙적으로 하루 10시간, 한 달에 20일 근무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A 씨는 숨지기 열흘 전부터는 하루 11시간40분, 10시간36분, 12시간34분 등 3일 연속 규정된 시간을 초과해 운전했다. 4일 전에는 12시간16분, 이틀 전에는 11시간45분가량 운전했다. 숨진 당일 새벽에는 큰 눈이 내렸는데 심야운행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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