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전국이 메르스 난리인데 화장실엔 비누도 없다니…”

  • 동아일보

대전 메르스 치사율 전국의 2배… 음식점 감염대책 허술해 불안

23일 오후 7시 반 대전 서구의 한 음식점. 친구들과 함께 회식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A 씨(45)는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고 손을 닦은 뒤 깜짝 놀랐다. ‘모범음식점’인데도 화장실에 세정제는커녕 비누와 수건조차 갖춰지지 않았다.

A 씨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대전의 모범음식점 화장실에 비누조차 없는 게 황당했다”고 말했다.

이날 저녁 대전 서구 만년동 KBS 앞의 B커피숍도 마찬가지였다. ‘유기농’을 표방하는 유명 커피숍이지만 화장실에 비누조차 갖춰놓지않았다. 종업원은 “그건 건물 주인한테 물어보세요”라고 대답했다.

대전 주요 기관장들이 자주 이용한다는 중구 대흥동의 한 모범음식점도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식당 입구에는 모범음식점 간판이 버젓이 부착돼 있었다. 식당 안에는 각 언론에 ‘맛 집’으로 소개된 기사와 기관장 등의 사인이 담긴 액자가 걸려 있었다. 하지만 이곳도 화장실 안은 악취만 날 뿐 기본적인 세정제조차 갖춰지지 않았다.

대전은 메르스 확진자의 치사율이 23일 현재 37.03%로 전국 평균(15.42%)보다 2배 이상 높다. 전국 메르스 확진자 사망자 27명 중 37%가 대전에서 발생했다. 대전시는 관내 800여 개 모범음식점에 상하수도료 감면, 쓰레기봉투 구입비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다. 또 생산시설 현대화 및 노후시설 교체, 간판, 화장실 개선을 위해 최고 5000만 원 이내까지 시설개선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세미나 참석차 대전을 방문한 C 씨(59)는 “메르스가 기승을 부리는데도 모범음식점에 세정시설 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건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메르스#모범음식점#세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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