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살해’ 女무기수, 14년만에 다시 법정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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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 부친 수면제 먹여 살해” 무기刑… 김신혜씨 “난 결백” 각계 호소
법률구조단 “강압수사로 살인범 몰아”… 법원 13일 재심개시 여부 심문

아버지를 살해한 악마인가, 누명을 쓴 억울한 피해자인가.

‘친부 살해범’으로 15년 가까이 수감 생활을 해 온 김신혜 씨(38·여)가 다시 법정에 선다. 법원은 13일 무기수로 복역 중인 김 씨를 상대로 다시 재판을 할지를 결정하기 위한 심문을 한다. 존속살해 및 유기치사죄가 적용돼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된 지 14년 만이다.

당시 검찰과 경찰은 김 씨가 2000년 3월 7일 오전 1시경 전남 완도군 완도읍의 아버지(당시 52세·장애인) 집에서 미리 준비한 양주와 수면제 30알을 아버지에게 먹였다고 발표했다. “간에 좋은 약”이라고 속였다는 것이다. 이어 김 씨가 자신의 승용차 조수석에 아버지를 태운 뒤 완도 일대를 돌아다니던 도중 아버지가 숨졌다고 했다. 이튿날 오전 4시경 집에서 6km가량 떨어진 버스정류장 앞에 아버지 시신을 버렸다는 게 당시 수사 결과다. 김 씨의 아버지 시신은 이날 오전 5시 50분 출근하던 주민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이틀 뒤 김 씨는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이 밝힌 범행 동기는 김 씨가 아버지 이름으로 보험 8개에 가입한 뒤 교통사고로 위장해 보험금 8억 원을 타내려 했다는 것이었다. 평소 술 취한 아버지의 성적 학대도 이유였다고 했다. 2000년 8월 1심 재판부는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광주고법은 김 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2001년 3월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하면서 김 씨는 기약 없는 감옥살이를 시작했다.

그러나 김 씨는 일관되게 무죄를 주장했다. 지난해 김 씨의 사연이 한 TV 프로그램에 방송된 뒤 대한변협 인권위 법률구조단이 조사에 착수했고 올 1월 광주지법 해남지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 지원에 나선 변호인 측은 당시 경찰관 5, 6명의 강압 수사 가능성을 보여주는 새로운 증거들이 발견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서울에 살던 김 씨가 3월 7일 오전 1시경 완도대교를 승용차로 통과했지만 경찰은 이때 김 씨가 아버지 집에서 범행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는 것이다. 변호인 측은 김 씨의 서울 집에 대한 압수수색이 영장 없이 이뤄졌고, 당시 민간인 1명이 압수수색에 참여했으나 경찰 조서에는 경찰관 2명이 압수수색을 한 것으로 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현장검증도 강제로 이뤄졌다는 당시 의경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경찰이 김 씨가 살인범이라는 예단을 갖고 수사를 했다는 것이다.

경찰 안팎에서는 김 씨가 진범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절차상 일부 하자가 있었을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2001년 대법원 확정판결 전에도 비슷한 논란이 일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검찰은 변호인 측 주장의 대부분이 당시 재판 과정에서 언급됐고 충분히 검토된 내용이라는 의견이다. 재판 과정에서 수사 절차상의 하자도 제기됐으나 유무죄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변호인 측에 따르면 강력사건에서 재심이 받아들여진 것은 경기 수원 노숙자 살인사건 등 2건에 불과하다. 특히 복역 중인 무기수의 재심이 이뤄진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재심 개시 여부를 결정할 김 씨 심문은 13일 오전 11시 광주지법 해남지원 1호 법정에서 열린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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