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받고 공사현장 위법 묵인 혐의…특별검사원 100명 무더기 적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7일 14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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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공사 사용승인을 위한 현장조사에서 돈을 받고 위법사항을 묵인한 특별검사원들이 대규모로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7일 건축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위법사항을 눈감아주는 대가로 돈을 받아 챙긴 혐의(뇌물수수 등)로 이모 씨(54) 등 특별검사원 100명을 검거해 이 씨는 구속하고 나머지 99명은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09년 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245회에 걸쳐 건축주 및 건축 관계자들로부터 1억 6410만 원 상당의 돈을 받고 공사 현장 조사에서 위법사항을 묵인해줬다.

경찰은 건축물에 배정된 특별검사원의 사전정보를 건축주 등에게 알려주고 259회에 걸쳐 2억 5480만 원을 받은 서울시 건축사회 직원 곽모 씨(57)와 특별검사원 등에게 뇌물을 건넨 건축사 김모 씨(52) 등 51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1999년 도입된 특별검사원 제도는 2000㎡ 이하의 건축물 사용승인에 필요한 현장 조사에 이권이 개입되지 않도록 제3자가 검사를 하는 제도다. 공사 관계자가 현장 조사를 할 경우 공사 과정에서 일어나는 위법 사항을 고치지 않는 관행이 이어지자 이를 차단하기 위해 도입됐다. 서울시는 특별검사원 제도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각 공사 현장에 배정되는 특별검사원을 무작위로 선정하고 이들의 신상 정보 공개를 금지했다.

하지만 이번에 적발된 공사 관계자들은 특별검사원을 지정하고 관리하는 서울시 건축사회 직원인 곽 씨 등에게 뇌물을 주고 자신들에게 지정될 특별검사원의 정보를 미리 빼냈다. 이 정보를 토대로 특별검사원을 찾아가 학연과 지연 등을 동원해 한번에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1000만 원 상당의 현금과 상품권을 건네며 공사 현장에서 발견된 위법사항을 눈감아달라고 부탁했다.

돈을 받은 특별검사원들은 상용 오피스텔로 건축 허가를 받은 건축물에 주거용 시설을 설치한 것 등의 위법사항을 묵인했다. 해당 건축물을 건축주에게서 산 사람이 주거용으로 사용하다 적발되면 근린생활시설로 다시 바꿔야 한다. 관련법상 건축주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기 때문에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행처럼 돈을 주고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특별검사원 제도가 시행된 지 10여년이 지났지만 특별검사원을 뽑는 과정에서 도덕성과 청렴성을 평가하는 등 충분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특별검사원 자격 및 선발 체계를 바꾸고 담당자를 일정 주기로 교체해 비리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자신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한 특별검사원들이 위법사항을 적발해 해당 구청에 통보했음에도 불구하고 구청 공무원들이 뇌물을 받고 눈감아줬을 가능성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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