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총장 사임한 인하대, 후보추천위 구성도 뒷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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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입김 작용 유리한 구조… 박춘배 前총장도 “외부 간섭 커”

인하대가 박춘배 전 총장이 8일 사임한 가운데 총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새 총장 선임에 나섰다. 22일 함박눈이 내린 인하대 교정을 학생들이 걷고 있다. 인하대 제공
인하대가 박춘배 전 총장이 8일 사임한 가운데 총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새 총장 선임에 나섰다. 22일 함박눈이 내린 인하대 교정을 학생들이 걷고 있다. 인하대 제공
인하대가 차기 총장 선출을 둘러싸고 내홍을 겪고 있다. 박춘배 전 총장이 8일 자신의 임기를 1년 2개월여 남긴 상태에서 돌연 사임했다. 올해 개교 60주년인 인하대의 총장이 임기를 다하지 못한 채 중간 사임한 경우는 이번이 두 번째다.

이에 따라 차기 총장 선출 관련해 정석인하학원(이사장·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학의 자율과 독립이 보장된 총장을 선출할 수 있을지, 과거처럼 재단의 입김이 작용한 낙하산식 인사가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 최근 ‘땅콩 회항’으로 사법처리 위기에 몰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정석인하학원 이사를 맡고 있다.

인하대는 조만간 총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후임 총장을 물색할 방침이다. 그런데 이 위원회의 구성을 둘러싸고 말이 무성하다. 위원회는 총 11명으로 구성된다. 재단이 5명을 추천한다. 4명은 대학교수로 구성되고 총동창회에서 1명, 저명인사 1명이 참여한다.

교수 가운데도 친(親)재단 성향의 인물이 있을 수 있고 ‘캐스팅 보트’를 갖고 있는 저명인사 1명도 재단과 친분이 있을 가능성이 높아 사실상 차기 총장 선임에도 오너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인하대 A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추천위원이 들러리일 수밖에 없는 구조를 깨야 공정한 총장 선임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총장 추천위원회 구성이 불공정하게 이뤄져 항상 재단의 뜻대로 총장을 낙하산식으로 내려보냈고 총장은 대부분 대학이 처한 현실을 외면한 채 이사장 얼굴만 보고 일해 왔다는 것이다. 총동창회는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총장 선출의 문제점을 재단에 건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석인하학원은 최근 인하대에 “총장 선임을 위해 4명의 추천 위원 명단을 보내 달라”고 통보했다. 인하대는 이르면 22일 4명의 교수를 위원으로 재단에 통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총장 물망에 오르는 인물은 조 회장의 박사학위 논문을 지도한 서울대 B 교수와 인하대 전 부총장을 지낸 J 교수, 인하대 교수협의회 회장을 지낸 J 교수, 법대 학장을 지낸 K 교수 등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총장 선임과 관련해 대학 구성원 대부분은 “재단 측에 대학이 처한 현실과 위기 상황을 제대로 말할 수 있는 인물이 총장으로 선임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인하대는 올해 지역 창조경제의 요람인 링크사업단에 탈락하는 등 정부의 공모과제 사업에서 잇달아 고배를 마셨다. 객관적 지표가 하락하면서 특성화사업 등 정부 발주 사업에서도 힘을 쓰지 못한 채 국내대학 평가도 14위에 머물고 있다.

조 회장의 고교 후배인 박 전 총장은 2012년 취임 후 대학 역량 강화를 위한 구조개편과 교수업적평가방식의 제도의 개선을 내세우며 강도 높은 대학개혁을 예고했지만 교직원과 총학생회 등 학내 구성원뿐 아니라 지역시민사회단체로부터도 반발을 샀다. 재단이 원하던 대학 구조개편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일부 교수와 직원, 총동창회, 시민사회단체의 비난을 받았다. 비난은 고스란히 재단으로 향했다. 이 때문에 수개월 전부터 박 전 총장이 사임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박 전 총장은 사임에 앞서 교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외부세력의 간섭으로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며 대학의 구조개편의 어려움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인하대 B 교수는 “불과 10년 전만 해도 매일 저녁 인하대 교직원 식당은 밤샘 연구를 하려는 교수와 조교들로 북적거렸다. 그러나 인센티브도 없고 몸 바쳐 일할 공간도 부족하니 어디 연구할 맛이 나겠느냐”며 대학의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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