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국회 사무처 고위 공무원이 “국회 고위직 인사들에게 취업 로비를 해주겠다”면서 서민의 금품을 뜯어낸 ‘입피아(입법부+마피아)’ 비리를 검찰이 적발해 재판에 넘긴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이두봉)는 청소용역업체 직원 A 씨(여)에게 “아들을 국회사무처 의전과 5급 공무원으로 채용되도록 해 주겠다”면서 로비 자금 조로 6000여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변호사법 위반 및 알선수재)로 국회사무처 이사관(2급) 출신의 김모 씨(67)를 최근 구속 기소했다.
2008년 식당을 운영하던 A 씨는 한 손님에게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대단한 인물”이라며 김 씨를 소개받았다. 그 후 A 씨가 아들의 취업 문제를 꺼내자 김 씨는 자신이 국회 고위직 출신임을 내세우면서 “국회사무처에 취직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며 수시로 돈을 요구한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김 씨는 A 씨가 아들 취업 대가로 5000여만 원을 들고 오자 일단 거절한 뒤, 3년여 동안 200만∼300만 원씩 여러 차례 금품을 나눠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검찰은 김 씨가 수사 과정에서 사건의 목격자들인 전현직 국회 직원을 포함한 지인들에게 허위진술을 지시하는 등 공직과 민간에 가릴 것 없이 입법부 고위직의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도 파악했다. 검찰이 추가로 수집한 증거들을 관련자들에게 제시하며 설득하자 목격자들은 가까스로 김 씨의 행위를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국회 취업에 실패한 A 씨의 아들이 민간 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입사원서를 내자 ‘돈줄’이 끊길 것을 우려한 김 씨가 해당 기업의 지인에게 얘기해 아들의 취업을 방해한 정황도 검찰에 포착됐다.
A 씨는 수년 전 남편이 사망하고 청소용역업체에 취업해 민간 기업 사무실 청소원으로 일하고 있다. 집안 형편 때문에 아들의 일본 유학을 중단하는 어려움을 겪으면서 김 씨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부탁했지만 거절당하자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검찰은 김 씨가 이 사건 외에도 다른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았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 중이며, 실제 국회 고위직 인사들에게 로비가 이뤄졌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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