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총액수 적힌 장부 별지 2, 3장 찢기고 검사이름 지워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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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재력가 아들이 훼손 드러나… 수정액으로 이름-직책 등 23곳 삭제
검사에 준돈 300만원 아닌 1780만원… 사본 없다던 경찰도 거짓말로 판명
검찰총장 “해당검사 수사하라” 지시

서울시의원 살인교사 사건의 피해자 송모 씨(67)의 장부에 현직 A 검사의 이름이 모두 10차례 등장하고 적힌 금액도 178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또 이 장부의 일부가 송 씨 유족에 의해 훼손된 사실도 새로 드러났다.

서울남부지검은 송 씨 유족을 조사하고 경찰 측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른바 ‘매일 기록부’에 2005∼2011년 A 검사의 이름이 10차례 기록됐다고 밝혔다. 금액도 적게는 80만 원에서 많게는 500만 원까지 총 1780만 원이 적혀 있었다. 이에 따라 김진태 검찰총장은 이날 “대검찰청 감찰본부에서 A 검사를 직접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A 검사에게는 직무정지 조치가 내려졌다. A 검사는 그동안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에 깊이 관여해와 이 사건의 공소 유지에도 비상이 걸렸다.

지금까지 검찰은 A 검사의 이름이 2차례 적혀 있고 금액도 최대 300만 원이라고 밝혔으나, 이는 송 씨 유족이 A 검사의 명단을 지우는 등 훼손된 장부를 제출한 데 따른 것이었다. 앞서 경찰은 살인 사건이 발생한 지 하루 뒤인 3월 4일 유족에게서 장부를 넘겨받아 1차 조사를 한 뒤 돌려줬다. 이어 지난달 19일 한 차례 더 원본을 받아 조사하고 유족에게 반환했다. 검찰은 최근 사건을 송치받은 뒤 유족에게서 임의제출 형식으로 장부를 제출받았다.

검찰 조사 결과 송 씨의 아들은 검찰에 장부를 제출하기 전에 A 검사의 이름과 직책, 그 밖에 중요한 사람으로 보이는 이름 등 23곳을 수정액으로 지운 것으로 드러났다. 또 장부 맨 뒷장에 따로 붙어 있는 ‘별지’도 두세 장을 찢어 버렸다. 송 씨는 돈을 여러 차례 건넨 사람의 이름과 금액의 총합을 따로 별지에 모아 기록해 놓았다. 송 씨 아들은 검찰 조사에서 “(숨진) 피해자에게 안 좋은 내용이 있고, 피해자와 친했던 공무원들에게 피해가 갈 것 같아 장부를 훼손했다”고 진술했다. 송 씨 유족이 누군가의 부탁을 받고 이름을 지웠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A 검사의 실명 등장 횟수는 경찰이 별도로 보관 중인 장부 사본에서도 확인됐다. 지금까지 경찰은 “사본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서울 강서경찰서에서 사건 발생 직후 사본을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역시 유족이 검찰 조사에서 “경찰에 사본이 있다”고 진술해 검찰이 이를 근거로 경찰 측에 사본의 존재 여부를 알려달라고 요구해 확인할 수 있었다.

검찰과 경찰은 각자 밝힌 A 검사의 등장 횟수와 기록된 금액에 차이가 나자 15일 접촉을 갖고 장부 원본과 사본 내용을 대조한 끝에 원본이 나중에 훼손된 사실을 파악했다.

한편 살인 용의자 팽모 씨(44)는 이날 변호인 의견서를 통해 “국민참여재판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살인교사 피의자인 김형식 서울시의원은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서울시의원 살인교사 사건#서울 강서구 재력가 살인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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