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리포트]美 위기대처 왜 강한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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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안전 대한민국’ 이렇게 만들자]
“어떤 상황서도 쓸수있게 재난대응 시스템 표준화”
하버드대 ‘위기리더십’ 책임자 호윗

“매뉴얼이나 재난 대응 컨트롤타워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갖가지 재난 상황에 마주쳤을 때 몸이 저절로 움직이게 하는 일상의 훈련입니다.” 재난 대응 시스템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미국의 대표적 기관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위기리더십 프로그램’ 공동 책임자인 아널드 호윗 씨(사진)는 지난달 29일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유독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국은 9·11테러 이후 2004년 국가사고관리시스템(NIMS)을 구축했는데….

“시행착오를 겪으며 다듬어 왔다. 대형 사고마다 각기 다른 대응 시스템을 가진 많은 기관이 모여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고 협력하는 방식과 갈등 조정 방법을 표준화한 이 시스템은 훈련받은 사람이 다른 현장에서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시스템을 통해 통합 컨트롤타워가 구성되나.

“중앙정부기관인 국토안보부 산하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지원만 할 뿐 지휘하지는 않는다. 현장을 모르는 의사결정권자가 엉뚱한 결정을 내리거나 너무 늦게 대응하면 재앙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세월호 초기 대응이 늦었던 것도 이런 이유였다고 보나.

“그렇다고 생각한다. 가장 먼저 사고를 접한 사람이 책임감을 갖고 대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해경과 해군이 현장을 총괄 지휘하는 게 맞아 보이던데 늦게 도착했던 것으로 보인다. 선장 등이 자체 판단하지 못하고 승객들에게 움직이지 말라고 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미국의 분산지휘(Decentralized command) 시스템은 어떻게 작용하나.

“지난해 4월 보스턴 테러 대응에서도 이 시스템이 빛을 발했다. 최근 케네디스쿨이 내놓은 ‘보스턴은 왜 강했나’라는 보고서에도 이를 자세히 담았다. 현장에서 즉사한 사망자 3명을 빼고 중상자를 포함한 260여 명의 부상자 가운데 한 명의 추가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그 이유가 궁금하다.

“보스턴에는 독립기념일, 대형 스포츠 이벤트 등 많은 인원이 모이는 행사가 매년 10여 차례 있다. 테러나 재난이 발생하면 어떻게 대응할지 현장 위주로 계획을 세우고 모의실험을 해왔다. 연방 및 주 정부, 커뮤니티 관계자와 경찰 소방서 연방수사국(FBI) 등이 10년 넘게 손발을 맞추며 몸에 익히고 부족한 점을 개선해 온 결과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미국#재난 대응#위기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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