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월 28일 일제히 열던 채렴식 일꾼 부족해 연기… 일정도 제각각
25일 생산자 800명 자정결의대회
염전에도 봄이 왔다. 해마다 3월 28일경이면 소금 생산을 시작한다. 광물로 분류되던 소금이 식품으로 인정된 소금산업진흥법(당시 염관리법)이 2008년 3월 28일 통과된 것을 축하하는 것이다. 이 법의 제정으로 갯벌 소금 천일염이 도약하는 발판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봄 전남 염전들은 첫 천일염 생산시기를 늦췄다. 두 달째 이어지고 있는 염전 인권유린 수사 여파다. 김형모 목포대 경제학과 교수는 ”염전이 인권 사각지대라는 인식이 남아 있는 한 천일염은 결코 세계적 명품 소금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천일염의 명품화를 위해 염부(鹽夫·염전에서 일하는 근로자) 스스로 인권을 챙기고, 소금가격 안정을 위해 직불제가 시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채렴식에 깃든 정신
채렴식(採鹽式)은 한 해 첫 소금을 생산하는 행사다. 춘삼월에 펼쳐지는 채렴식은 주민들이 햇소금 생산을 축하하는 음식을 장만해 염부들에게 대접한다. 대신 가을이 되면 염부들이 주민들에게 소금을 나눠준다. 채렴식을 통해 질 좋고 안전한 소금을 제공한다는 자긍심을 키웠다. 3월 28일 일제히 채렴식을 열어 오던 신안지역 염전들이 올해는 28일(증도), 29일(비금도), 4월 15일(신의도)로 나눠 행사를 연다. 천일염생산자협회 관계자는 “인권문제가 떠올라 염전 근로자 수급에 차질이 생겼고 이른 봄에 소금을 생산하면 약간 쓴맛이 나서 첫 생산을 조금 늦췄다”고 말했다.
인권유린 문제가 불거진 뒤 인력수급 차질이 현실화됐다. 전국 염전 1121곳 중 전남에 1025곳(91%)이 있고 그 가운데 신안에만 854곳(83%)이 있다. 전문가들은 염전 인력수급은 머지않아 해결될 단기적 상황이라고 분석한다. 인권문제가 불거진 뒤 과다한 소개비를 요구하던 무허가 직업소개소가 자취를 감췄다. 일부 염전에서는 인력수급이 힘들어도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장애인이나 노숙인을 고용하지 말자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신안군 관계자는 “염전을 빠져나간 장애인과 노숙인 6명이 최근 다시 염전에서 일하게 해달라고 전화를 걸어왔다”고 말했다. 신안군은 이들이 밖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 다시 염전에서 일하기를 희망한 것으로 분석했다.
○ 인권 여전히 온도차
천일염 생산자연합회 회원 800명은 25일 신안군민체육관에서 자정결의대회를 연다. 신안군은 인권침해사건이 발생하면 허가를 취소할 계획이다. 일부 회원들은 “경찰 수사가 반복돼 소금 생산에 어려움이 있는 만큼 불시단속을 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사기관의 시각은 다르다. 일부 염전에서 그동안 인권유린이 지속적으로 일어났고 지역에서 쉬쉬하는 분위기도 있었던 만큼 인권문제는 이번 기회에 확실히 정리하겠다는 것. 전남지방경찰청은 지금까지 염전 인권유린과 관련해 4명을 구속하고 2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임금체불도 130여 건이나 된다. 최근 구속된 한모 씨(43)는 무허가 직업소개소를 운영하면서 2007년부터 장애인 김모 씨(50) 등 3명을 아버지 염전에서 일을 시켰고 2010년 부친이 사망하자 염전을 직접 운영하면서 임금을 주지 않았고 폭행을 하기도 했다.
전남도는 내년 목포대에 염전인력 양성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다. 교육 이수자에게 4대 보험을 지원하고 장애인근로자에게 고용촉진수당을 주는 것을 추진키로 했다. 도 예산으로 소금 채취기와 자동 운반수레 보급을 지원해 염전인력을 줄여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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