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천시 원미구 중동 ‘안중근공원’에는 안중근 의사를 기리는 동상(오른쪽)과 부조벽화, 친필 조각상이 설치돼 있다. 26일 순국일을 맞아 추념식이 열릴 예정이다. 부천시 제공
‘내가 죽은 뒤에 나의 뼈를 하얼빈공원 곁에 묻어 두었다가 우리 국권이 회복되거든 고국으로 반장해다오.’
안중근 의사(1879∼1910)가 숨지기 직전에 남긴 최후의 유언은 아직 실현되지 못했다.
경기 부천시에는 안 의사 유해 대신 그를 기리는 ‘안중근공원’(원미구 중동)이 있다. 시는 26일 안 의사 순국 104주년을 맞아 안중근 동상 앞에서 안 의사 유언을 낭독한 뒤 헌화와 분향을 하는 추념식을 갖는다.
이날 추념식에선 안 의사 관련 만화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만화를 동상 인근에 전시한다. 안 의사 관련 작품은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주도로 제작 중이며 군 위안부 피해자 만화는 지난달 2일 폐막된 프랑스 앙굴렘국제만화축제에서 선보였던 ‘지지 않는 꽃’ 전시회 출품작 중 2, 3개를 엄선해 전시한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 관계자는 “작가들이 가로 3m, 세로 2m 크기의 안 의사 작품을 만들고 있으며 야외에 군 위안부 만화와 함께 상설 전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중근공원은 중국 하얼빈 시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 현장 인근에 세워졌던 안 의사 동상이 옮겨오면서 역사공원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동상 이전이 이뤄진 2009년 10월 중동공원에서 안중근공원으로 이름을 바꿨고 안 의사 의거일(10월 26일)과 순국일에 맞춰 역사의식을 고취하는 기념행사를 열고 있다.
이 동상은 하얼빈에서 백화점을 운영하는 한국인이 사비를 들여 제작해 하얼빈 역 인근에 세웠지만 ‘외국인 동상을 실외에 전시할 수 없다’는 중국 정부의 방침에 따라 자진 철거한 뒤 국내로 반입했다. 이 청동 조각상은 높이 3m, 무게 1.5t에 달한다.
동상 제막 직후 추념음악회, 안 의사 일대기를 소재로 한 음악 공연과 영상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지난해 의거일 기념식 땐 안 의사 일대기를 그린 연극, 저격 퍼포먼스, 안중근서예협회 주관의 손바닥 도장 찍기 등이 진행됐다.
동상 주변에는 길이 16m의 부조 벽화가 세워져 있다. 이 벽화에는 ‘평화와 정의 현장’이란 제목의 저격 장면, 안 의사 일대기가 음각 양각으로 새겨져 있다. 안 의사가 의거 전날 자작한 ‘장부가’와 이토 히로부미의 죄상 15가지를 조목조목 나열한 글귀도 있다.
안 의사가 정리한 이토 죄상은 △1895년 명성황후를 시해한 일 △1905년 고종 황제를 위협해 을사늑약을 맺은 일 △국채 1300만 원을 강제로 한국에 부담시킨 일 등이다. 또 ‘장부가 세상에 처함이여 그 뜻이 크도다. 때가 영웅을 지음이여 영웅이 때를 지으리로다’라고 시작되는 장부의 전문을 읽어볼 수 있다.
공원 내에는 또 안 의사가 남긴 글귀를 새긴 돌조각상 20여 점을 만들어 곳곳에 세워 놓았다. ‘인내’ ‘제일강산’ 등 보물로 지정된 안 의사의 친필 한자와 담화 등이 안 의사 손바닥 도장과 함께 새겨져 있다.
부천시는 1만7592m² 규모의 안중근공원에서 안 의사 기념물을 감상하면서 일제강점기 역사를 되새길 수 있는 역사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이정희 부천시 복지행정팀장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서예를 배우면서 문화해설사와 함께 안중근공원을 둘러보는 ‘안중근교실’(가칭)을 개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