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firm&Biz]“국민을 위한 법제도 연구, 신뢰받는 사법부 다지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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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화 초대 사법정책연구원장 인터뷰

최송화 초대 사법정책연구원장은 “평생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무엇이 국민을 위한 법인가’를 고민해왔는데, 그것을 현실화할 수 있는 자리를 맡게 돼 영광이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사법정책연구원이 처음 문을 여는 거라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있다. 모든 구성원들이 고생하고 있지만 사명감을 갖고 기쁘게 일하고 있다”고 했다. 고양=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최송화 초대 사법정책연구원장은 “평생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무엇이 국민을 위한 법인가’를 고민해왔는데, 그것을 현실화할 수 있는 자리를 맡게 돼 영광이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사법정책연구원이 처음 문을 여는 거라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있다. 모든 구성원들이 고생하고 있지만 사명감을 갖고 기쁘게 일하고 있다”고 했다. 고양=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 본관동 10층의 사법정책연구원 원장실 책상에는 커다란 숫자가 적혀 있다. 사법정책연구원 개원식까지 남은 날짜를 표시한 것.

20일 만난 최송화 초대 사법정책연구원장(73·사진)은 “역사적 개원을 위해 철저히 준비하자는 뜻에서 날짜를 세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사법정책연구원은 미래의 사법부가 추구해야 할 사법제도와 재판제도를 연구하기 위해 대법원 산하에 설립된 독립적 연구기관으로 다음 달 10일 개원한다. 이날 최 원장도 공식 취임한다. 최 원장은 언론과의 첫 인터뷰에서 사법정책연구원이 그리는 미래 사법부의 모습을 밝혔다.

“국민 눈높이로 사법제도 개선, 사법한류 주도”

―초대 사법정책연구원장으로 임명되셨다. 소감은….

“사법정책연구원 설립은 대법원의 20년 숙원사업이었다. 평생 교수였던 내게 법치주의 확립과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기여할 기회가 주어져 영광스럽다. 하지만 연구원의 기틀을 다지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책임감도 무겁다.”

―숙원사업이라고 표현할 만큼 사법정책연구원 설립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대법원이 사법정책연구원 설립을 구상한 건 1993년이었다. 우리나라 근대사법과 근대법학교육 100주년을 기념해 구성된 사법제도발전위원회가 사법제도 전 분야에 대한 개혁안을 제시하면서였다. 사법정책연구원은 그 개혁안을 추진할 싱크탱크로 제안됐다. 그러나 정치권은 1994년 7월 ‘시급한 사안이 아니다’며 구속전피의자심문 제도 도입 등 사법개혁 6대 법안만 국회를 통과시켰다. 2002년과 2010년에는 각각 법원행정처와 사법연수원이 사법정책연구원 설립을 검토했지만 불발됐다. 지난해 5월 대법원 산하에 사법정책연구원을 설립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의원 입법 형식으로 발의돼 8월 13일 공포됐다.”

―사법정책연구원 설립이 필요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사회 변화에 따라 사법 환경도 급속하게 바뀌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사법의 중립성이 강조되면서 변화에 대응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사법부의 전통적 역할이 분쟁 해결이었다면 이제 정치 경제 사회 등 다양한 인접 분야와 함께 사회 갈등 해소와 통합에 기여해야 한다. 이러한 사법부의 중·장기적인 정책과 제도를 연구하려면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연구기관 설립이 필수적이었다.”


―사법정책연구원이 할 일은 무엇인지….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를 연구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사법의 미래를 연구해온 다른 기관도 많은데 그 논의들을 체계적으로 종합해보려고 한다. 외국의 사법제도를 비교 연구하고 사법 교류를 확대하면서 우리 사법제도를 전파하는 ‘사법 한류’를 주도하겠다. 통일에 대비해서 남북한 사법 통합 문제를 연구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이해를 높이기 위한 법 교육도 지원할 방침이다.”

―해외 사법제도를 연구하고 우리 사법제도를 전파하는 건 정말 중요해 보인다.

“그렇다. 국제화에 발맞춰 사법 교류는 필수적이고 우리 사법제도를 해외에 전파하는 일을 주도적으로 하려고 한다. 연구원이 사법부의 세계적 싱크탱크 역할을 하기 위해 경쟁력 있는 인재들을 연구위원으로 다수 임용했다. 국제심포지엄도 개최할 생각이다.”

―해외에 사법정책연구원과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는 기관이 있나….

“많은 나라가 이미 오래전에 사법부의 중·장기 계획을 세우기 위한 연구기관을 세웠다. 미국 연방사법센터는 연방판사와 연방법원 직원들에 대한 교육훈련과 연방사법제도 조사연구를 목적으로 1967년에 세워졌다. 한국의 사법연수원과 법원공무원교육원이 혼합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영국의 사법연구소는 헌법개혁법에 따른 사법제도 개혁조치를 뒷받침하기 위해 2006년 세워졌다. 사법의 공정성과 신속성을 달성하기 위한 제도 개선과 업무 지원을 담당한다. 프랑스도 1947년 사법부 산하에 문헌정보관리 및 연구부를 세웠는데 재판과 제도 개선 연구를 하고 있다.”

―통일 관련 사법제도 연구는 어떤 게 있을지.

“통일 이후 사회가 안정되려면 무엇보다 사법제도의 통합이 시급하다. 예를 들어 통일 이후 가족법제나 부동산법제를 어떻게 정비할지, 사법 관련 조직과 인력은 어떻게 정비할지 등을 논의해야 한다. 이미 법무부 법제처 통일부 등에서 해오던 연구를 조율하겠다.”

“국민에게 신뢰받는 사법부로”

―사법정책연구원 조직 구성을 어떻게 했는지 궁금하다.

“연구 주제에 따라 5개 센터로 나눴다. 미래사법정책센터는 사법부의 미래 모습을 연구한다. 법조일원화 마스터플랜이나 전자소송제도의 개선 방안, 형사절차에서 화해적 해결을 활성화하는 방법을 연구할 수 있다. 통합사법연구센터는 인접학문과 연계해 연구를 진행한다. 예를 들어 법심리학을 통해 목격자 진술의 신빙성을 연구하거나 커뮤니케이션학과 연결해 재판 소통 방안을 연구할 수도 있다. 통일사법지원센터는 통일 대비 사법제도를 연구하고 북한의 사법제도를 파악한다. 해외사법연구센터는 국가 간 공동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법교육지원센터는 국민을 위한 법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연구 주제는 어떻게 정해지나.

“사법부 내·외부 공모로 연구 주제를 발굴하고 연구 계획을 수립한 뒤 대법원장의 승인을 거쳐 결정한다. 사법부 내부 공모는 지난해 말에 실시했다. 여기서 36개 주제를 추렸는데 이것이 최종 연구 주제는 아니다. 국민 대상으로도 사법정책연구원이나 ‘대한민국 법원’의 홈페이지를 통해 추천받을 계획이다. 헌법재판소 국회입법조사처 법무부 대한변호사협회 로스쿨과 각종 연구기관에도 연구 주제 아이디어를 구할 생각이다. 연구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위해서 연구 수행 과정과 결과 평가는 연구과제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친다. 법원조직법은 매년 연구 실적과 다음 연도 연구추진 계획을 국회에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연구를 수행할 연구위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은데….

“3일 임명장을 받고 바로 다음 날 전문직 연구위원 면접전형을 실시했다. 응시자 75명 중 8명이 선발됐다. 대개 연령층이 40대이고, 법심리학 법사회학 등을 전공해 대학에서 강의하거나 연구기관에서 성과를 인정받은 분들이다. 수석 연구위원은 이광만 서울고법 부장판사(52·사법연수원 16기)가 보임됐고, 법관 선임연구위원(2명)과 법관 연구위원(7명)은 대법원 정기 인사에 따라 24일자로 배치됐다.”

―연구를 진행하려면 국내 다른 기관과의 교류도 중요할 것 같다.


“헌법재판연구원 한국형사정책연구원 한국법제연구원 통일연구원 한국교육개발원 여성정책연구원 등과 적극 교류해 하나의 연구 커뮤니티를 형성할 생각이다.”

―올해 사법정책연구원의 주요 계획은 무엇인지.


“최대한 빨리 주제를 확정하고 센터별로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 적당한 시기에 개원 기념 심포지엄을 개최할 계획이다. 주제는 ‘사법정책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지난 성과 종합과 나아갈 방향’으로 잡았다. 학술대회나 세미나, 포럼은 국내외 연구기관 소속 직원과 대학 교수 등과 종종 열 생각이다. 독자적인 학술지도 발간할 예정이다.”

―사법정책연구원을 이끌어나가는 데 최우선 목표는 무엇인가.

“사법정책연구원의 연구 주제는 모두 ‘어떻게 하면 국민을 위한 사법부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나온다. 국민과 소통하고 국민이 기본권을 보다 잘 실현할 수 있는 사법부를 그려내겠다. 더 나아가 우리 사법제도가 세계적으로 널리 전파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

▼ 최송화 초대 사법정책연구원장은 ▼
서울대서 43년 강의한 학자… 독립적 사법연구 중책 맡아


최송화 초대 사법정책연구원장은 경기고와 서울대 행정학과, 서울대 법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1년부터 지금까지 서울대 법대 교수로 행정법을 강의했다. 1996년에는 서울대 부총장(총장 직무대리)도 지냈다. △한국공법학회 회장(1999∼2000) △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2003∼2005)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2005∼2006)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장(2006∼2010) △대법관제청자문위원회 위원장(2008)도 지냈다.

개정된 법원조직법은 사법정책연구원장을 판사로 보하거나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 학사나 석·박사 학위 취득자 중 정무직으로 임명할 수 있게 돼 있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최 원장을 임명하면서 “사법정책연구원의 독립적인 연구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공개모집과 대법관회의 동의 절차를 거쳐 외부인사를 임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고양=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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