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버스가 그리운 섬 아닌 섬마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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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용유도, 대중교통 사각 놓여… 30∼40분 배차에 환승할인도 안돼
아파트 자체 셔틀도 적자로 곧 중단… 영종∼송도엔 아예 노선 없어

28일 인천 영종도 영종국제물류고교 앞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장시간 기다리던 승객들이 버스를 타고 있다. 영종도가 대중교통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어 주민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28일 인천 영종도 영종국제물류고교 앞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장시간 기다리던 승객들이 버스를 타고 있다. 영종도가 대중교통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어 주민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인천 중구 영종도와 용유도가 대중교통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어 주민들의 불편이 크다.

28일 오전 중구 운남동 영종국제물류고교 앞 시내버스 정류장. 주민 10여 명이 해안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을 맞으며 발을 동동거리다 인천 도심을 오가는 304번 시내버스가 도착하자 우르르 몰려갔다. 다른 시내버스를 타려는 2명만 남겨두고 모두 이 버스에 올라탔다.

요금은 일반 시내버스 1100원(성인 기준)보다 비싼 2500원(좌석버스 요금)을 받았다. 한 승객이 “영종도 내 공항철도 운서역에서 내리는데 요금을 너무 비싸게 받는다”며 항의를 했다. 시내버스 운전사는 “이 차는 도심이나 섬이나 똑같이 2500원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인천 도심에서 영종도를 운행하는 307, 710-1번 시내버스는 섬 지역에 한해 성인에게도 학생요금(1000원)을 받고 있다. 이처럼 시내버스 요금이 제각각이다.

304번 시내버스는 영종도 내에서 아파트 밀집지역인 영종하늘도시와 공항신도시를 돌아 인천대교∼인천터미널∼길병원∼부평구 십정동을 오가고 있다. 버스 5대가 편도 88km를 30∼40분 간격으로 운행하고 있는 것. 인천시는 영종하늘도시 입주민들의 늘어난 교통 수요를 감안해 지난해 12월 이 노선을 신설했다. 그러나 버스요금이 비싸고 배차 시간도 길어 이용객이 기대보다 적은 상태다. 그래서 이 버스 회사는 폐선을 고려하기도 했다.

영종도에서 인천 도심 사이를 다니는 시내버스는 모두 10개 노선이다. 지난해 말 2개 노선이 새로 생기는 대신 다른 1개 노선의 운행 구간은 축소됐다. 시가 이같이 영종도 시내버스 노선을 조정하면서 시민 편의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아 주민 원성이 높다.

특히 노선이 축소된 303-1번 시내버스가 공항신도시를 거치지 않고 인천국제공항에서 인천 도심으로 바로 가게 되자 원상회복을 촉구하는 민원이 계속되고 있다. 영종하늘도시에 입주한 최미란 씨(36·주부)는 “영종하늘도시에서 송도신도시로 볼일을 보려는 입주민들이 꽤 많은데 두 곳을 오가는 시내버스 노선이 아예 없어 불편하다”고 전했다.

시는 주민들의 교통편의를 위해 303-1번 시내버스의 공항신도시 경유를 회사 측에 요청하기로 했다. 또 영종도 섬 지역에서의 시내버스 성인 요금을 1000원으로 통일시키기로 했다.

영종도 주민들은 수도권 통합 환승할인제가 적용되지 않아 서울과 인천 도심에 비해 2배 이상 비싼 공항철도 요금에 대해서도 불만스러워하고 있다. 공항철도 10개 역의 중간 지점인 검암역∼서울역 운임은 1550원(성인)이지만 이보다 짧은 거리인 검암역∼인천공항 구간은 3050원이다.

시는 최근 영종도 구간 시내버스와 공항철도 요금을 낮추기 위해 두 가지 방안을 정부에 제시했다. 먼저 인천대교와 영종대교를 통과할 때 내야 하는 시내버스 통행료를 면제해줄 수 있도록 법 개정을 건의했다. 또 검암역까지 적용되고 있는 공항철도의 수도권 통합 환승할인제를 영종도 운서역까지 연장하도록 요청했다.

영종도와 용유도 인구는 최근 2년 사이 3만5900명에서 5만3000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2년 전 아파트 입주가 본격화된 영종하늘도시의 경우 27일 현재 1만5140명이나 살고 있다. 입주민이 이처럼 늘어났는데도 영종하늘도시에서 인천 도심으로 이어지는 시내버스는 3개 노선에 불과하다. 아파트 단지가 자체적으로 2개 노선의 셔틀버스를 무료로 운행하고 있지만 8월경 중단될 예정이다.

인천시는 셔틀버스 노선 폐지에 맞춰 시내버스 노선을 대폭 조정하기로 했다. 기권일 인천시 버스정책과장은 “영종도에 버스노선을 신설할 경우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며, 시내버스 준공영제 정책에 따라 혈세로 이를 모두 충당해야 한다”며 “영종도 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시로 시내버스 노선을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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