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휴지통]자살 암시 글 보내놓고선… 사우나서 ‘쿨쿨’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부부싸움 뒤 집나온 호텔 부사장
아들 카톡에 문자… 경찰 수색 소동

“아빠 초라한 모습 다 보였다. 내일 휘발유 뿌리고 저 세상으로 가련다.”

서울 강남의 대형 호텔 부사장인 A 씨(62)는 21일 오후 11시경 경기 용인시 수지구 자택에서 뛰쳐나온 뒤 아들에게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A 씨는 호텔이 영업정지 등으로 경영난에 빠지면서 3개월째 월급을 받지 못해 자존심이 상해 있었는데 이를 이해하지 못한 부인과 말다툼을 벌이고 홧김에 집을 나온 것이다.

자살을 암시하는 A 씨의 메시지를 본 아들과 부인은 깜짝 놀라 전화 수십 통을 걸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1시간 반이 넘도록 연락이 되지 않자 아들이 “아버지가 자살을 암시하는 문자를 남기고 실종됐다”고 용인서부경찰서에 신고했다. A 씨의 휴대전화를 위치추적한 결과 서울 강남구 역삼동으로 나타났다.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 강남경찰서는 역삼동 일대를 수색하는 한편 A 씨에게 계속 전화를 걸었지만 여전히 답이 없었다.

가족이 속을 까맣게 태우는 사이 A 씨는 자신이 부사장으로 있는 호텔 사우나에서 태연히 잠을 자고 있었다.

A 씨는 22일 오전 1시 반경 깨어나 휴대전화를 보고 부재중 전화 수십 통이 온 것에 화들짝 놀라 가장 나중에 걸려 온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A 씨의 행방을 찾던 강남경찰서 역삼지구대 소속 경찰관의 번호였다. 경찰은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에게 A 씨를 ‘무사히’ 인계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자살암시#호텔 부사장#사우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