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면의 날’ 예산 아끼고 갯벌축제는 대폭 축소
고비용 사업 퇴출… 국비 확보 프로젝트는 권장
전남 영광군은 4년 전부터 읍면의 날 행사 11개를 폐지했다. 각 읍면의 날 행사에 지원되는 예산은 연간 1억 원이 넘었다. 재정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2008년부터 열어온 ‘갯벌축제’도 3년 전부터는 면 단위 행사로 축소했다. 군비 1억 원을 투입하지 않고 국비 4000만 원으로 행사를 치르도록 했다. 공무원들은 허리띠를 더 졸라맸다. 여비, 사무비, 급식비 등 경상비용을 7년째 동결시켜 예산을 아꼈다.
○ 부채 제로 시대
영광군이 20일 ‘부채 제로 시대’를 열었다. 전국 군단위에서 10번째, 전남에서는 완도군에 이어 2번째다. 군의 채무는 1970년대 이후 계속 쌓여왔으나 40년 만에 빚이 없는 자치단체로 거듭났다. 그동안 각종 선심성 행사를 축소, 폐지하고 투융자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재정 부담이 가중되는 사업을 과감히 제외시키며 재정 건전성을 높인 결과다.
군은 지난해 134억 원의 채무를 갚은 데 이어 이날 지방채 16억 원을 상환해 빚을 모두 청산했다. 영광군의 일반 채무는 2007년 말까지 196억 원이었다. 여기에 법성항 매립지 조성금 598억 원과 한국수력원자력에 대한 지역개발세 환급금 57억 원 등 별도의 채무도 655억 원에 달해 총 채무는 851억 원을 육박했다. 지방세 수입이 줄어든 것도 군 살림을 바짝 죄게 했다. 영광원전에서 2008년까지 매년 135억 원씩 받던 지방세를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 동안 한 푼도 받지 못했다. 법인세 부과액의 10%를 지방세로 받아왔으나 원전의 방사성폐기물처리기금이 바닥이 나 수익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2012년부터 연간 40억 원을 지방세로 다시 받게 되면서 숨통이 조금 트였지만 지방세수 감소는 열악한 군 재정에 큰 부담이었다.
○ 재정 건전성 확보
투융자심사위원회와 군정조정위원회가 채무를 줄이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다. 공무원과 의원, 군민 등 12명으로 구성된 투융자심사위는 자체 심사를 강화해 재정 부담을 가중시키는 사업은 과감히 제외했다. 실·과장 17명이 참여하는 군정조정위원회는 군비 부담이 많은 사업은 반려하고 국비를 50% 이상 확보한 사업만 승인했다. 국·도비 공모사업에 대비해 매년 3차례 시책발굴보고회를 열고 예산을 많이 따올 수 있는 사업을 선정해 올렸다. 의회와 시급성이 있는 사업은 미리 협의해 예산을 배정하고 사업 규모도 30% 이상 줄였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영광군의 일반회계 예산은 2007년 2147억 원에서 2013년에 3550억 원으로 65%가 늘었고 국·도비 지원액도 2007년 1680억 원에서 2013년 2857억 원으로 1177억 원 증가했다. 수년간 긴축재정 속에서도 법성항 매립지 토지자산 360억 원과 인재육성 및 투자유치 기금 200억 원 등 최근까지 총 560억 원의 유동성 자산까지 비축했다. 이춘식 영광군 예산담당은 “공적자금 금리가 시중금리보다 높아 채무 청산이 시급한 과제였다”며 “빚을 모두 청산함으로써 당초 2024년까지 납부해야 할 이자 28억 원가량을 절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영광군은 재정 여건이 개선되면서 군비를 부담하지 못해 확보하지 못했던 굵직한 국비 지원사업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정기호 영광군수는 “군비를 줄이는 대신 국·도비 확보에 사활을 걸어 채무를 줄여나갔다”며 “재정에 여유가 생긴 만큼 지역 주민 복지 향상과 성장동력 투자사업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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