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개선안 함께 논의” 제안에 “명단공개가 목표 아니다” 한발빼
20일 상임이사회 열어 최종 결론
변호사들의 평가에서 하위 점수를 받은 이른바 ‘워스트 판사’(하위 법관) 5명의 실명을 공개하겠다고 밝힌 서울지방변호사회가 20일 상임위원회를 열어 명단 공개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17일 법관 평가 설문을 마감한 서울변호사회는 원래 계획대로 명단을 공개할 분위기였다. 그러나 대법원이 이달 초 실무진을 서울변호사회로 보내 “명단 공개를 보류하고 함께 개선안을 논의해보자”고 제안하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대법원이 파트너인 대한변호사협회가 아닌 서울변호사회와 대화에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로, 하위 법관 명단 공개를 크게 의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서울변호사회 측은 “명단 공개가 목적이 아니라 국민의 법률서비스 개선이 최종 목표”라며 일단 대법원의 제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서울변호사회의 한 상임이사는 “상임이사들 사이에서도 명단 공개 여부를 놓고 쉬쉬하는 분위기다”라며 “재고파와 공개파 중 설득력 있는 의견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대안을 놓고 양측의 견해차는 크다. 대법원은 변호사회의 법관 평가 자료를 바탕으로 법정에서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협의체’를 구성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반이나 위원회를 만들어 1년 또는 상시로 법정을 모니터하고, 평가 대상도 법관뿐만 아니라 변호사까지 확대하자는 것. 그러나 서울변호사회 측은 막말을 하거나 고압적인 태도를 보인 법관은 인사 고과에 직접 반영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변호사회장을 지낸 한 변호사는 “예전에도 변호사회가 법관 평가에 나서자 대법원이 법정에 모니터 요원을 두고 감시하겠다고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유명무실해졌다”고 말했다.
서울변호사회가 하위 법관 명단을 공개하면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해당 법관들이 명예훼손 소송을 내거나 소송관계인들의 해당 법관 기피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실제로 대만에서는 하위 법관 명단을 공개한 1998년 일부 법관이 변호사회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기도 했다. 해외에서는 일본처럼 인사평가권자에게 외부 평가 결과를 반영하도록 법으로 권고하는 곳이 있는 반면에 독일 영국처럼 법관 평가 제도가 아예 없는 곳도 있다.
한편 서울변호사회가 17일 마감한 2013년 법관 평가 설문에는 변호사 1000여 명이 참여해 평가 건수가 4000건이 넘었다. 이번에는 온라인 설문도 하면서 450명이 참여한 지난해보다 2배 이상 참여자가 늘었다. 2008년부터 서울변호사회는 △공정·청렴성 △품위·친절성 △직무성실성 △직무능력성 △신속·적정성 등 5가지 항목별로 법관 평가를 해왔으며 상위 법관 명단만 공개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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