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교학사 교과서 철회 파문’ 부실 대응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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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압 확인했다면서… 명단-대책은 안내놔
본보 조사해보니 고교 16곳중 12곳 “매국노” 항의전화 시달리다 철회

교육부가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를 선정했다가 철회한 20개 학교를 조사한 결과, 일부 학교에서 외압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육부는 20개 학교의 명단이나 어느 학교에서 외압이 있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나승일 교육부 차관은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20개 학교의 교과서 변경 과정을 이틀간 조사한 결과 일부 학교에서 시민단체, 교원단체의 항의 방문과 시위, 조직적인 항의 전화 등이 결정 번복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학교 관계자들은 시민단체의 일방적인 매도로 인해 부담감을 느꼈으며 학교가 혼란스러워질까 봐 교과서를 바꿨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육부의 조치는 부실 조사라는 비판을 사고 있다. 교육부는 “일부 학교에서 외압이 확인됐다”고 밝혔을 뿐 구체적인 사례는 하나도 내놓지 않았다.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했다가 철회한 학교들이 언론에 의해 상당수 밝혀졌는데도 조사 학교 명단마저 비공개에 부쳤다. 교육부는 “교과서 선정 과정에서 앞으로 외압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일정이나 대안은 제시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했던 학교 대부분은 극심한 외부 압력에 시달리다 철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민단체 등이 주축이 돼 전방위로 외압이 가해진 정황도 발견됐다.

동아일보 취재진이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철회한 20개교 가운데 학교명이 확인된 16개교를 조사한 결과, 12개교에서 무차별적인 압박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외압이 있었다고 밝힌 곳은 대구 포산고, 울산 현대고, 경기 동원고 동우여고 분당영덕여고 양서고 운정고, 경남 창녕고 지리산고 합천여고, 경북 성주고, 전북 상산고다. 나머지 4곳은 답변을 거부하거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들 12개교에는 교학사 교과서 채택 사실이 알려진 뒤 교무실 행정실은 물론 교장실에도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최광호 동우여고 교장은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전화를 걸어 와 ‘매국노, 쪽발이 ××, 친일파’ 등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퍼부었다”고 말했다. 지리산고에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남지부에서 항의 전화가 걸려 왔다.

김희균 foryou@donga.com·백연상 기자
#교학사#교육부#교과서 철회#정부 외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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