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검수기간 늘려 부실 줄이고… 역사학계서 중립적 연구물 내놔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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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채택 철회 외압 논란]
교육계-전문가들의 대안… 정부 “국정교과서 전환은 고려안해”

교학사 고교 한국사 교과서를 둘러싼 논쟁이 대부분의 학교에서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철회하거나 유보함으로써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행 교과서 검인정 체제를 유지하는 한 매년 유사한 갈등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출판사마다 집필진의 성향이 다르다 보니 논란이 필연적인 데다 논란이 된 교과서를 채택하려는 학교에 이번처럼 철회를 요구하는 외압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당을 비롯한 일각에서는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전환하자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8일에도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교과서가 오히려 국민적 갈등의 원인이 되고 갈등을 생산한다면 국정으로 돌아가는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하지만 역사 전문가들은 국정 전환이 대안이 될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지금처럼 교과서 갈등의 원인 중에 이념 및 가치관의 문제가 포함될 경우 국정으로 전환한다고 해도 달라질 게 없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는 출판사별 성향 차이가 원인이라면, 국정 교과서로 바뀔 경우 정권의 성격에 따라 내용이 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정으로 바꾼다면 근현대사 필진의 이념 성향에 따라 반대 진영에서 또 공격을 하고, 일선 학교의 교과서 선정에 개입하는 일이 오히려 심해지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교과서가 전반적으로 검인정 체계로 전환된 상황에서 역사 교과서만 국정으로 바꾸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라 생각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 역시 이날 외압 재발 방지 대책을 검토하되, 국정교과서 전환은 검토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우리 근현대사는 분단국가라는 특수성 때문에 외국 사례를 참고하기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의 경우 교과서 기술에서 논란이 되는 것은 주로 인종이나 종교 문제다.

교육계 전문가들은 교과서 논란을 줄이려면 교과서 자체가 아닌 교육과정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교육과정이 7차 이후 수시 개편 체제로 바뀌면서 교과서가 너무 자주 바뀌고, 이 때문에 새로운 교과서를 집필하고 검수할 시간이 짧아져 부실 교과서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한 교육과정 전문가는 “집필도 검정도 인간이 하는 일이라서 기존에도 교과서들은 수정을 거듭하면서 오류를 줄여왔다”면서 “교과서 제작 기간을 길게 확보하지 않으면 역사는 물론이고 다른 교과서도 논란거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발 더 나아가 한국사 교과서 논란을 근본적으로 종식시키려면 먼저 역사학계에서 근현대사를 좀 더 깊게 연구하고 이를 통해 이념 대립을 최소화할 수 있는 중립적인 연구 성과를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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