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0시 반 광주 광산구 한 병원 주사실에서 원장 A 씨(44)가 쓰러져 있는 것을 사무장 B 씨(31·여)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숨진 A 씨 주변에는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 용기 3통(통당 5개)이 발견됐다. 경찰은 A 씨가 프로포폴 7개를 링거에 넣어 맞고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A 씨는 숨지기 전에 B 씨 등에게 ‘미안하다. 고맙다. 밀린 월급은 가족이 줄 것이다’는 내용이 담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2005년 병원을 개원하면서 은행 빚을 졌고 최근 2년 전부터 환자가 줄어 경영이 어려워지자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 씨가 22일에도 대출 상환 독촉을 받았고 병원 관리비도 연체되는 등 경영난에 시달려 자살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잇따른 동네의원 폐업은 위기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광주에서는 동네 한의원과 치과는 한 달에 2곳꼴로 개업을 하고 한의원 2곳, 치과 1곳이 각각 문을 닫는 등 경영난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광주시에 따르면 시내에는 종합병원 21곳, 병원 63곳, 요양병원 33곳, 한방병원 63곳이 운영되고 있다. 동네의원은 816곳, 한의원 296곳, 치과 501곳이다.
2011년부터 올 9월까지 33개월 동안 광주에서는 동네의원 176곳이 개업을 하고 160곳이 폐업했다. 일주일마다 동네의원 1.3곳이 생겨나고 1.2곳이 문을 닫는 것. 구별로는 동네병원 개업이 광산구 47곳, 서구 46곳, 남구와 북구 각 33곳, 동구 17곳으로 광산구에 개업이 가장 많았다. 동네의원 폐업은 서구 43곳, 광산구 39곳, 동구와 남구 각 27곳, 북구 24곳으로 서구가 가장 많았다.
동네 한의원이나 치과도 경영난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33개월 동안 광주지역 한의원 95곳이 개업을 하고 78곳이 폐업했다. 치과는 70곳이 문을 열고 37곳이 문을 닫았다.
경영난에 시달리던 치과의사가 불법 사채에 시달리기도 했다. 치과의사 C 씨(38)는 지난해 11월 사채업자에게 2000여만 원을 빌렸다. C 씨는 연 240%에 달하는 이자를 감당해야 했지만 치과를 개업하며 제1금융권의 대출 한도를 거의 다 채워 울며 겨자 먹기로 사채를 쓸 수밖에 없었다. C 씨는 3개월 동안 1000만 원이 넘는 이자를 감당하다가 견디지 못하고 사채업자를 경찰에 고소했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최근 사채업자를 대부업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
보건당국은 동네의원 위기가 대형병원이 늘고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져 질병이 줄어 환자 수가 감소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4대 질환 보장이나 보험 가입이 늘면서 환자들이 곧바로 3차 진료기관인 대형병원이나 대학병원을 찾는 것도 한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 동네의원 원장은 “전체 환자가 줄어들면서 한 곳이 문을 열면 다른 한 곳이 문을 닫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경영 수지가 안 맞아 건강보험 급여비마저 압류당하는 의원이 늘고 있다”며 “시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한 축인 동네의원의 고사 위기에 대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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