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스토리텔링 in 서울]마포 음식골목의 유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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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南 물자 몰려들던 마포나루는 쇠락했지만…
서민들 즐겨 찾던 설렁탕-주물럭 맛은 그대로

전국의 물자를 실은 배들이 몰려들어 붐비던 1900년대 마포나루와 정박 중인 선박들. 포구는 사라졌지만 지금은 음식점이 옛 마포나루의 명맥을 이어 서민들의 허기진 배를 든든하게 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전국의 물자를 실은 배들이 몰려들어 붐비던 1900년대 마포나루와 정박 중인 선박들. 포구는 사라졌지만 지금은 음식점이 옛 마포나루의 명맥을 이어 서민들의 허기진 배를 든든하게 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마포대교 양옆의 서울 마포구 마포동과 용강동 일대. 지금은 포구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지만 한때 이곳 마포나루는 삼남(三南·충청 경상 전라도를 통틀어 이르는 말)의 물자가 모이는 한양의 문턱이었다. 나루터에는 수백 척의 배가 줄지어 있고 쌀, 소금, 새우젓, 옷감 등이 몰려들었다. 소금배와 새우젓 냄새 때문에 ‘마포 사람들은 맨 밥만 먹어도 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배가 멈추는 곳은 음식점들이 늘어서기 마련. 세월이 흘러 뱃길이 사라지고 포구는 쇠락했지만 상인과 서민이 즐겨먹던 음식은 그대로 남아 있다.

마포나루의 대표 명물은 ‘서울식 설렁탕’. 김장 준비를 위해 새우젓을 사고 으레 한 그릇씩 설렁탕을 사 먹었다. 마포설렁탕은 국물이 말갛고 담백하다. 기름에 갠 다진 양념 대신 청양고추를 볶아서 빻은 다진 양념이 나온다. 설렁탕은 서울 토박이들이 가장 사랑하는 외식 메뉴였다. 동아일보는 1926년 8월 11일자에서 “탕반하면 대구(大邱)가 따라 붙는 것처럼, 설렁탕 하면 서울이 따라 붙는다”고 썼다. 현진건의 소설 ‘운수 좋은 날’에서 병든 아내가 먹고 싶어 한 것도 설렁탕이다. 서민의 애환과 정취를 실어 나르던 전차를 아쉬워한 노래 ‘마포종점’이 탄생한 곳도 마포의 한 설렁탕집이었다. 지하철 5호선 마포역 앞에는 마포종점 노래비가 있다.

허기를 채우려는 뱃사람들과 먼지, 톱밥으로 칼칼해진 목을 씻으려는 제재소 인부들의 입 속을 개운하게 해 준 고깃집도 하나둘씩 들어섰다. 그중 소고기에 간장, 마늘 등 양념을 조물조물 입혀낸 ‘마포 주물럭’이 으뜸. 전차의 종점인 마포 용강동 토정길 주변에서 처음 생기기 시작해 어느덧 주물럭골목을 이뤘다.

마포나루는 한때 새우젓 가게 수백 곳이 즐비해 새우젓 동네로 불렸다. 그 시절에는 얼굴만 보고도 마포 사람인지 알았다고 한다. 서울특별시사편찬위원회의 ‘동명연혁고’에 따르면 얼굴이 까맣게 탄 사람을 ‘마포 새우젓장수’로 불렀다. 서쪽 마포에서 아침에 동쪽 도성 안으로 새우젓을 팔러 가면 햇볕을 앞으로 안고 와 얼굴이 탔기 때문. 반대로 목덜미가 탄 사람은 ‘왕십리 미나리장수’로 불렀다. 왕십리에서 서쪽 방향인 도성 안으로 가면 햇빛을 등에 지게 돼 목덜미가 탔기 때문이라는 것.

마포구 도화동에서는 10, 11일 마포음식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마포구 성산동 월드컵공원 평화광장에서는 전국 유명 새우젓을 저렴하게 파는 ‘6회 마포나루 새우젓 축제’가 18∼20일 열린다. 새우젓을 실은 황포돛배의 입항을 재현하는 퍼레이드 등 마포나루의 옛 모습을 볼 수 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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