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칙칙∼ 폭폭∼ 옛 곡성역엔 추억-낭만이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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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기기관차-레일바이크 인기 끌자 장미공원-섬진강농촌체험장 조성 등
주변에 부대사업도 잇따라 펼쳐
작년 기차마을에 98만명 찾아 대박… ‘지역경제 활성화 우수’ 안행부 장관상

전남 곡성군 침곡역에서 가정역까지 5.1㎞ 폐선 구간을 달리는 레일바이크. 자연이 살아있는 섬진강과 국도 17호선을 따라 구불구불 달리는 레일바이크는 멋진 추억과 낭만을 안겨준다. 곡성군 제공
전남 곡성군 침곡역에서 가정역까지 5.1㎞ 폐선 구간을 달리는 레일바이크. 자연이 살아있는 섬진강과 국도 17호선을 따라 구불구불 달리는 레일바이크는 멋진 추억과 낭만을 안겨준다. 곡성군 제공
‘뿌∼웅∼ 칙칙∼ 폭폭’ 지난달 29일 전남 곡성군 오곡면 섬진강 기차마을. 힘찬 기적소리와 함께 하얀 연기를 뿜으며 증기기관차가 서서히 움직이자 객차 안이 떠들썩했다. 기차가 역사를 빠져나와 섬진강변을 달리자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마치 소풍 가듯 설레는 모습이었다. 이 기차는 섬진강 물길을 훤히 내다볼 수 있도록 통유리로 설계된 점이 인상적이다. 느릿느릿 산모퉁이를 돌 때마다 펼쳐지는 초여름 풍경이 싱그러웠다. 섬진강 푸른 물결과 어우러진 야생화에 감탄하는 사이 증기기관차는 어느새 종착역인 가정역에 도착했다. 8년째 운행 중인 증기기관차는 이미 곡성의 명물이 됐다. 전라선 복선화 공사로 폐선이 된 옛 곡성역에서 가정역까지 10km 구간을 시속 30∼40km로 달리며 관광객에게 멋진 추억과 낭만을 선사하고 있다.

○ 폐철도의 화려한 변신

전남 곡성에는 두 개의 역이 있다. 관광지로 탈바꿈한 옛 곡성역과 전라선 열차가 오가는 곡성역이다. 오곡면에 있는 옛 곡성역은 1933년 전라선이 개통되면서 만들어져 1999년까지 하루 30여 회 기차가 다녔다. 그러다 복선화 사업으로 곡성읍 읍내리에 새로 터를 잡았다. 한때 곡성 사람들의 유일한 교통수단이었고 섬진강 모래를 실어 나르던 옛 곡성역과 폐선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곡성군은 이를 특화된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폐철도와 섬진강의 빼어난 풍광이 더해지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 것이다. 군은 2005년부터 옛 곡성역과 인근 땅, 폐철로 13.2km를 철도청으로부터 사들이고 ‘섬진강 기차마을’ 조성에 나섰다. 폐철로에 미니열차를 운행해 관광객들로부터 호응을 얻자 증기기관차를 투입했다. 증기기관차는 성수기인 4∼10월에는 매일 5회, 겨울철 등 비수기엔 1, 2회 옛 곡성역에서 가정역까지 섬진강을 따라 왕복 60분간 운행한다. 증기기관차가 다니지 않는 시간에는 레일바이크를 운행한다. 침곡역에서 가정역까지 5.1km 구간의 폐철로에 레일바이크를 올려 자전거처럼 페달을 밟는다. 사방으로 뚫린 자연 경관을 온몸으로 느끼며 시속 15∼20km로 달리는 기분이 그만이다. 허남석 곡성군수는 “옛 곡성역이 예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사람들을 불러 모을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다”며 “철길이 끊긴 곳에 다시 기차가 다니는 유일한 역이자, 폐철도를 관광 명소로 만든 첫 사례”라고 말했다.

○ 사계절 휴양지로 각광

곡성군은 옛 곡성역 주변에 부대사업도 계속 펼쳤다. 4만 m²의 용지에 1004종의 세계 각국의 장미를 심어 ‘1004 장미공원’을 조성하고 음악분수를 설치했다. 섬진강농촌체험학습장, 천적곤충관, 드림랜드, 사계절 스케이트장도 잇달아 개설했다. 2년 전 폐열차인 새마을호 12량을 리모델링해 개장한 ‘레일펜션’은 3개월 전에 예약이 마감될 정도로 인기다. 올 5월에는 폐교 터와 유원지를 활용한 오토캠핑장을 개장했다. 모두 지역의 유휴자원을 활용한 사례들이다.

‘섬진강 기차마을’은 대박을 터뜨렸다. 지난해 말까지 기차마을에 98만6596명이 다녀가 군은 19억8930만 원의 세외수입을 거뒀다. 증기기관차와 레일바이크를 운영하는 코레일관광개발은 63만3401명을 태워 26억400만 원의 수입을 올렸다.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섬진강 기차마을은 지난해 CNN이 선정한 ‘대한민국에서 꼭 가봐야 할 아름다운 50곳’ 중 하나로 선정됐고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제5호’에 뽑히기도 했다. 옛 곡성역 앞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김경복 씨(40·여)는 “폐쇄된 철로와 기차가 우리 지역을 살릴 줄 누가 알았겠느냐”며 “‘기차’ 덕분에 지역경제가 활짝 피었다”고 웃었다.

곡성군은 최근 안전행정부가 주관한 ‘제18회 지역경제 활성화 우수사례 발표대회’에서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지역의 보물, 섬진강 기차마을’로 장관상을 수상했다. 곡성군의 노력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앞으로 섬진강 기차마을을 수학여행 상품으로 개발하고 로컬푸드를 중심으로 한 먹을거리 사업을 발전시켜 새로운 관광수요를 창출할 계획이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폐철도#기차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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